“진료비 절감”vs“병원도 환자도 장비구입 부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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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진단 원격 진료]<中>비용-경제성 논란, 진실은

원격진료가 도입되면 환자 부담은 어떻게 될까. 우선 집에서 병원까지 왕복 교통비가 들지 않는다. 배를 타고 나서야 하는 섬마을 주민은 혜택을 더 많이 본다. 식사비 등도 추가로 아낄 수 있다.

병원은 환자를 영상으로만 대하니 직접 진료할 때보다 인력 및 시설 운영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원격진료에 필요한 기기 설치비나 전기 통신료가 부담이 된다.

○ 환자 부대비용 줄어


정부는 관련 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환자 부담이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강원도와 한림대가 2004∼2012년 42개 보건진료소 226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범사업 결과가 근거다.

시범사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장비설치비를 제외하고 환자부담은 원격진료를 1회 받을 때 평균 2853원이었다. 병원 방문 때(2만6612원)의 10% 수준이다. 교통비가 7144원에서 523원으로, 식사비 등 추가 지출이 6501원에서 52원으로 줄었다. 진료받기 위해 들이는 시간도 183.8분에서 50.3분으로 감소했다.

다만 원격진료를 받으려면 환자가 장비를 갖춰야 한다. 화상카메라, 혈당 및 혈압 자가 체크 기능을 갖춘 장비로 최소 150만 원이 들어간다. 68회 정도 이용해야 비용을 뽑을 수 있다.

의료계는 보고서를 원격진료 추진의 근거로 삼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환자의 주관적인 설문 결과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진료비 자체만 보면 환자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 원격진료는 건강보험 적용범위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는 원격진료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도록 월 1∼3회 정도로 건보 적용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격진료는 대부분 감기 등 가벼운 질환이나 고혈압 당뇨 등 반복적으로 처방해야 하는 병이 대상이다. 진료비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예를 들어 원격진료를 가장 많이 이용할 65세 이상 노인은 동네 의원에서 진료비가 1만5000원이 넘지 않으면 본인부담금을 1500원(10%)만 내면 된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사를 직접 만나 진료받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 동네 의원은 장비 구입 부담

동네 의원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계는 1차 의료기관인 동네 의원이 고해상도(HD)카메라, 전용 PC를 갖추려면 최소 1000만 원가량 든다고 추산한다.

의사가 환자의 정확한 생체정보를 판단하기 위해 혈압측정기 혈당측정기 체지방분석기 심전도계 임상검사장비까지 구비하려면 3000만 원가량이 필요하다. 시범사업 때 정부는 국비와 지방비를 각 20억 원 투입했다. 이 중 32억3300만 원이 장비 구입비였다.

원격진료 수요 등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천만 원을 선뜻 투자할 동네 의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의료계는 원격진료 장비비용이 고스란히 환자 부담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자본력이 떨어지는 동네 의원은 쓰러지고 재벌 정보기술(IT)기업, 원격진료장비 회사, 대형 병원만 살아남는다고 본다.

복지부는 동네 의원의 장비 구입비를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수가로 보전할 방침이다. 자기공명영상(MRI) 기기를 도입하면 수가를 높여 투자비를 보전하는 현재 방식과 비슷하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환자금#동네의원#진료비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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