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현장 고충 아는게 발명 원동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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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장비개발연구팀, 발명특허대전 금-동상 수상

해경 장비개발연구팀이 그동안 개발한 각종 장비들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팀은 20여 건에 이르는 장비와 전산프로그램을 개발해 특허를 등록하거나 출원했다. 해양경찰청 제공
해경 장비개발연구팀이 그동안 개발한 각종 장비들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팀은 20여 건에 이르는 장비와 전산프로그램을 개발해 특허를 등록하거나 출원했다. 해양경찰청 제공
“대형 선박이 좌초돼 선체에 구멍이 뚫렸을 때 기름이 유출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는 방법이 없을까요?”

“연료가 많이 실린 선박은 대부분 철선이나 강선이니까 자석의 원리를 이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해양경찰연구소 장비개발연구팀원 3명은 요즘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축하 전화를 받느라 바쁘다.

특허청이 주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지식재산권 박람회인 제32회 대한민국발명특허대전에서 이들이 개발해 특허 등록한 ‘선박 파공(破空) 봉쇄장치’로 금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선박이 부딪히거나 암초에 걸려 구멍이 나면 자력이 강한 착탈식 자석을 이용해 신속하게 메울 수 있어 해상오염을 막는 획기적인 장비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이들이 함께 출품한 ‘인명구조용 레스큐 백’은 동상으로 선정돼 겹경사를 맞았다. 이 백은 평소에 배낭으로 사용하다가 바다에 빠질 경우 줄을 잡아당기면 부력이 발생해 몸이 뜨게 된다.

연구팀은 바다에서 경비함을 타고 치안활동에 나서는 해양경찰관들이 사용하는 각종 장비를 개발하거나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들은 석·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전문 연구원이 아니라 모두 해상 일선에서 활동해온 경찰관이다. 팀장을 맡고 있는 송영주 경감(37·여)은 2008년부터 인천해경 소속 3000t급 경비함에서 1년간 근무하며 사고 선박 구조와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했다. 그 뒤 수사와 수상레저 등 분야를 거쳐 지난해 2월 여경으로는 처음으로 장비개발팀장을 맡았다. 오승만 경위(33)와 박옥빈 경장(34)도 2년 이상 경비함에서 근무해 풍부한 현장경험을 갖췄다.

앞서 이들은 ‘현장감식용 대형선박 고정장치’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해상에서 선박 충돌사고가 발생하면 선박 하부 표면의 페인트를 채취해 분석해야 원인을 밝힐 수 있다. 하지만 현장감식 선박이 사고 선박에 거의 붙다시피 접근하는 과정에서 수면이 파도에 따라 불규칙하게 일렁일 경우 또 다른 충돌 가능성이 있어 어려움을 겪어왔다.

해상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동료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장비도 많다. 응급의약품을 담는 구조가방에 부력기능을 더한 ‘아쿠아백’은 올여름 전국 해수욕장 23곳에 보급돼 안전관리요원들이 응급처치는 물론이고 인명구조에 활용해 인기를 끌었다.

바다에 인접한 파출소나 출장소 근무자의 익사사고에 대비해 개발한 부력조끼도 마찬가지다. 이 조끼는 기존 형광색 조끼와 모양은 같지만 물에 빠지면 자동으로 이산화탄소 팽창형 튜브가 작동돼 구명조끼 역할을 한다. 장비개발팀은 3월 인천 강화도에서 자살 기도자를 구조하다가 실종된 인천경찰청 정옥성 경감의 순직 사건을 계기로 경찰관의 안전을 위해 이 조끼를 개발했다. 송 팀장은 “아이디어 회의와 제작과정, 성능점검 등을 거쳐 어렵게 개발된 장비들이 치안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해양경찰연구소#제32회 대한민국발명특허대전#선박 파공 봉쇄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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