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현대판 鄕約’ 삶의 질 확 높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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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부상조 ‘사회적 자본’ 모범 꼽혀

대전 유성구 봉명동에 있는 한 어린이놀이터에는 어린이가 없다. 주변이 호텔과 술집뿐이어서 밤만 되면 우범지대가 되는 곳이었다. 대전시는 주민들에게 동네 특성에 맞게 테마공원으로 꾸며볼 것을 제안했다. 주민 스스로 시설을 개선하고 운영까지 맡도록 한 것. 그 후 이 공원은 지역 쉼터로 자리 잡았다.

대덕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장 등을 지낸 뒤 은퇴한 고(高)경력 과학자들은 요즘 대전시내 초등학교나 시민대학으로 강의를 나간다. 이정순 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안동만 전 국방과학연구소장, 장근호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등이 학생 시민에게 재밌는 과학 이야기를 들려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전 서구 월평동에 사는 주부 조정미 씨(48)는 와인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와인아카데미에 등록하려 했다. 하지만 비용(2개월 60만 원)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던 중 대전시가 운영 중인 학습자 맞춤형 방문교육 서비스인 ‘배달 강좌제’를 알게 됐다. 5명 이상이 모이면 와인 강사가 집까지 찾아와 강의를 해 주는 것. 강습료 없이 재료비만 내면 된다. 조 씨는 이웃 주민들과 함께 배달강좌제를 신청했고 요즘 와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모두 요즘 대전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사회적 자본 키우기 사업’의 결과물들이다. ‘사회적 자본’이란 주민 간 유대강화와 참여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었던 1차 인수위원회에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한국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이 사회적 자본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대전시는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사회적 자본 담당 부서를 신설하고 ‘사회적 자본 확충 기본조례’를 제정했다. 민관협력 중간지원기관인 사회적 자본 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후속 사업도 전개했다.

대전시의 ‘사회적 자본’ 프로젝트는 이제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주도는 올 7월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광주시도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재단법인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이승윤)은 사회적 자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5월 대전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사회적 자본#사회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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