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송도 ‘통월세’ 유행하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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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 유치로 외국인 늘어 보증금 없는 ‘1년치 월세’ 선호
집주인도 목돈 손에 쥐어 ‘윈윈’

송도국제도시를 찾은 외국인들이 영어로 쓰인 지도를 들고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아파트 임대 안내문을 보고 있다. 최근 송도에 유치한 국제기구가 잇달아 둥지를 틀면서 아파트를 임대하려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게일인터내셔널 제공
송도국제도시를 찾은 외국인들이 영어로 쓰인 지도를 들고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아파트 임대 안내문을 보고 있다. 최근 송도에 유치한 국제기구가 잇달아 둥지를 틀면서 아파트를 임대하려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게일인터내셔널 제공
인천의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주상복합건물인 ‘더 샵 퍼스트월드’에 사는 주부 정모 씨(55)는 최근 185m² 규모의 아파트를 국제기구에 근무하는 한 외국인에게 임대했다. 일반적인 임대방식인 전세나 월세가 아니라 보증금을 받지 않는 대신 1년간 임대료(2400만 원)를 한꺼번에 내는 ‘통월세(깔세)’ 방식으로 계약했다. 정 씨는 “은행 금리를 감안할 때 1, 2년 치 임대료를 미리 받아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통월세가 월세에 비해 재테크에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12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과 세계은행(WB) 한국사무소,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사무처 등과 같은 국제기구가 입주하는 송도국제도시에 최근 통월세가 유행하고 있다.

30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송도국제도시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000여 명에 이른다. 12월까지 이들 국제기구 3곳에 우선적으로 입주할 직원은 100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환경 분야 세계은행으로 불리는 GCF 사무국에 상주하는 직원은 2018년까지 500명 규모로 늘어날 예정이다.

또 엠코테크놀러지 등과 같은 외국계 기업과 국내 매출 1위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 코오롱글로벌 등이 입주하며 송도국제도시에 장기간 체류하는 해외바이어도 늘고 있다. 게다가 현재 강의를 하고 있는 한국뉴욕주립대를 비롯해 조지메이슨대, 유타대 등 외국 유명대학이 잇달아 분교를 설립한다. 인천경제청은 앞으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나 황해광역해양생태계(YSLME) 등과 같은 국제기구를 추가로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외국인 거주자는 계속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은 대부분 통월세로 집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보증금을 줬다가 다시 돌려받는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특히 GCF 사무국과 대다수 국제기구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인텔리전트빌딩인 G타워와 채드윅국제학교, 대우인터내셔널 본사가 이전할 동북아무역타워 인근은 임대 문의가 활발하다. 이들 지역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영어로 쓴 아파트 임대 안내문을 쉽게 볼 수 있다. 지역별로 아파트를 소개한 영문 홍보물과 지도, 계약서 등이 따로 비치돼 있을 정도다.

그동안 외국인들은 국제기구에서 가깝거나 역세권에 위치한 오피스텔 등을 빌려 거주했다. 하지만 최근 가족단위로 이주하는 경우가 늘면서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주상복합건물이나 아파트 등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아파트 소유주들은 외국인에게 집을 빌려주기 위해 소파와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주방용품 등을 갖춘 뒤 임대를 놓고 있다. 1년 미만과 같이 단기간 거주하는 외국인은 이들 집기를 장만하기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다. 조윤부 스타공인중개사 대표는 “외국인들은 렌털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에 통월세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며 “국제기구나 외국기업 임직원은 소속 기구와 회사에서 직접 계약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송도국제도시#외국인#통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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