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명령 불응하고 청와대 앞서 미신고 불법집회… 2심서 “위협 없었다” 무죄 선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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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벌금형 1심 뒤집어
2009년 같은 장소서 20명 시위땐 대법원 “구호제창-농성 유죄” 확정

청와대 앞에서 미신고 집회를 하다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참가자들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강을환)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회원 김모 씨(45·여) 등 3명에게 각각 벌금 2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로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3월 21일 김 씨 등은 청와대 부근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회원 30여 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다 ‘해고는 살인이다’ 등의 손자보를 들고 “MB정권은 친기업 정책 즉각 폐기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 방향으로 이동했다. 이 주민센터는 청와대에서 가까워 집회나 시위가 빈번한 곳이다. 당시 경찰은 이를 미신고 집회로 판단하고 세 차례 해산명령을 내렸지만 김 씨 등이 이에 불응하고 인도를 점거하자 체포했다.

이에 대해 1심은 참가자들이 집회 후 청와대 쪽으로 행진하려 했으며 인도를 점거한 점 등을 들어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됐다’고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은 이들의 행동이 ‘다른 시민의 이익이나 공공질서에 명백한 위협을 가져왔다고 보기 어려워 해산명령이 적법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현행 집시법상 미신고 집회는 불법이다. 이를 어길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5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대법원은 미신고 집회에 대한 ‘해산명령’에 대해서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됐을 경우’에만 경찰이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판례를 갖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의 기자회견이 실질적으로 집시법상 ‘집회’에 해당하는 것은 맞지만 참가 인원이 최대 30여 명에 불과한 점 △구호를 외친 것 외에는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은 점 △주민센터와 청와대 간 거리는 직선으로 200여 m이고 일반인들은 집회 참가자와 경찰이 있던 장소를 자유롭게 통행했던 점에 비추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 안녕질서에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앞서 대법원은 2009년 6월 같은 장소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20여 명 규모의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교조 소속 교사 이모 씨(53)에 대해서는 유죄 확정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1심에서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참가인원이 20여 명에 불과했고 평화적으로 집회가 끝났다’며 해당 부분에 대해 무죄가 나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청와대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는 예외 없이 옥외집회 및 시위가 금지되는데 이 사건 집회장소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청와대쪽으로 걸어 나가며 집회를 계속한 점 △이 사건 집회 참가자들은 피켓을 들고 마이크와 스피커 등을 동원해 구호를 제창한 다음 항의 서한문을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경찰들을 뚫고 집회금지장소인 청와대 쪽으로 진행하려 한 점 △종로서 경비계장이 행진을 저지하자 인도를 점거하고 연좌해 농성을 벌였던 점 등을 들어 유죄 확정판결을 내렸다.

장선희·곽도영 기자 sun10@donga.com
#불법집회#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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