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체납 지도층 40명 정조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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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前대통령-조동만 한솔 前부회장 등 866억 지방세 안내고 버텨”
징수전담반, 올해 32억 받아내

이달 초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직원들이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인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60)의 서울 중구 장충동 자택을 불시에 찾았다. 조 씨는 2004년부터 지방세 84억1600만 원을 체납한 상황. 부인 명의의 집 안은 제대로 된 가구 하나 없이 썰렁했다.

조 씨는 서울시 직원들에게 “재산도, 수입도 없으니 세금을 낼 수 없다”고 버텼다. 그런데 옆집과 몰래 이어진 문이 발견됐다. 세금 체납으로 압류돼 공매로 나온 것을 가족이 사들여 사실상 한 집으로 쓰고 있던 것. 차량도 가족 회사법인 명의로 리스해 타고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족 도움으로 호화롭게 살면서 세금은 못 내겠다고 버티는 것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정치인 경제인 변호사 의사를 비롯한 전문직 및 방송인 등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사 가운데 지방소득세 등 지방세를 체납한 사람들에 대한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섰다. 시는 앞으로 출국 금지, 공매, 자택 수색 등 징수 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9월 현재 시가 특별 관리하고 있는 사회지도층 체납자는 40명. 이들이 체납한 지방세만 866억5600만 원에 이른다. 직업별로 △정치인 4명(5억9000만 원) △기업인 14명(840억5200만 원) △의사 16명(10억3700만 원) △변호사 3명(2억9200만 원) △교수 2명(5억3700만 원) △목사 1명(1억4800만 원)이다.

정치인은 전두환 전 대통령(4500만 원), 전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 씨(4억2200만 원), 김재춘 전 중앙정보부장(1억1700만 원) 등이다. 기업인은 조 전 부회장, 이동보 전 코오롱TNS 회장(42억6200만 원),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38억9400만 원)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37억6100만 원),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28억1800만 원), 주수도 전 제이유그룹 회장(4억4000만 원)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주로 “사업 실패로 재산이 다 넘어갔고 별다른 수입도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의사 변호사도 개업 후 운영이 안 돼 병원과 사무실이 넘어간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는 이들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거평그룹 나 전 회장의 경우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재단사무실에 주소 등록을 해 놓고는 막내딸 명의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지난해부터 체납자별로 징수전담반을 구성하고 재산 은닉 여부, 압류 부동산 선순위 채권 존재 여부 등을 재검토해 매달 징수실적을 독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사회지도층 21명으로부터 29억1480만 원, 종교단체 10곳으로부터 3억230만 원 등 32억 원을 징수했다. 2008년부터 2억2400만 원을 체납해온 경제단체장 출신 K 씨는 배우자와 위장 거주하는 사실 및 체납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압박하자 2억 원을 자진 납부했다. 이달 12일에는 최순영 전 회장의 자택을 전격 수색해 외제 최고급 시계 등 1억3100만 원 상당의 동산을 찾아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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