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농기계사고 절반이 ‘안전불감증 경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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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사고 544건 중 경운기가 288건… 농기계사고 피해 90%는 50∼80대
여수농업기술센터 예방 책자 보급… “반사등 세척 등 정비 관심 키워야”

인명 피해가 연중 끊이지 않는 농기계 사고의 절반 이상이 ‘경운기 사고’다. 농촌 인력의 고령화와 안전 불감증이 주요 원인이지만 일부에서는 경운기 구조 자체가 사고 위험이 큰 만큼 안전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농기계 운행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008년 30명, 2009년 31명, 2010년 19명, 2011년 20명, 지난해 39명이다. 최근 5년간 일어난 농기계 사고로 한 해 평균 27.8명이 숨지고 277.4명이 부상했다.

특히 농기계 사고 절반 이상은 경운기를 운행하다 일어났다. 전남소방본부가 지난해 발생한 농기계 사고 544건을 분석한 결과 경운기 288건(53%), 예초기 34건(6.2%), 트랙터 32건(5.8%) 등이었다. 경운기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 65만 대, 전남에 10만 대가 가동 중이다. 전국 27만 대, 전남 3만8700여 대인 트랙터보다 2배 이상으로 많다.

전문가들은 트랙터는 자동차와 구조가 비슷하지만 경운기는 농사일에 편리하게 맞춰 제작돼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내리막길에서는 기어를 변경해서는 안 되고 클러치를 반대로 해야 하는 등 구조가 다소 복잡하다는 것. 이 때문에 농민 사이에서도 경운기보다 값이 2배가량(2000만 원) 비싸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소형 트랙터를 구입하려는 분위기가 늘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운기가 나온 지 30∼40년이 됐지만 기본적인 차체 구조는 거의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농기계 전문가는 “농민들이 경운기를 편하게 몰 수 있도록 차체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기관에서 경운기 차체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농기계 사고 피해자 537명 중 479명(89%)은 50∼80대였다. 특히 70대는 235명(44%)이나 됐다. 일손이 없어 농촌 노인들이 농사일에 나섰다가 운전 부주의 등으로 변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운기는 농기계로 분류돼 운전면허나 운전능력 검증 없이 운전을 할 수 있다. 농기계 사고 사망자 절반(14.4명)과 부상자의 38%(105.6명)는 상대방이 없는 단독 사고였다. 농기계를 몰던 농민 혼자 절개지로 추락하거나 차체가 전복돼 변을 당하는 것. 경찰 관계자는 “농기계 사고 발생은 2000년을 정점으로 줄고 있지만 사망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전남지방경찰청은 5월 농기계 제작회사에 경운기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문의했지만 뚜렷한 해답을 내지 못했다. 경찰은 야간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해 경운기에 반사등을 설치해주고 있지만 사고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남 여수시 농업기술센터는 농기계 안전사고로 인명피해가 속출하자 사고예방 책자를 만들어 농민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경운기 등 농기계 사고 원인은 오랫동안 다뤄왔다는 자신감으로 인한 안전 불감증이 가장 많다”며 “농민들 스스로가 농기계를 운행할 때 안전에 주의하고 반사등 등을 깨끗이 세척하는 등 정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 운전자들도 커브 길에서 경운기 등 농기계를 추월할 때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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