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멘토와 함께하는 ‘한강스토리텔링 투어’ 인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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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내비’ 없어도 길 한번 안 잃죠”
멘토 맡은 ‘새박사’ 윤무부 교수, 참가자들에 난지도 이야기 들려줘
10월까지 소설가-감독 등 투어 진행

20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강난지공원에서 ‘한강스토리텔링 투어’에 참가한 시민 100여 명이 ‘새박사’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에게서 한강의 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20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강난지공원에서 ‘한강스토리텔링 투어’에 참가한 시민 100여 명이 ‘새박사’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에게서 한강의 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새가 멍청하다고요? 7000km가 넘는 거리를 2, 3개월 날면서도 길 한 번 잃지 않아요. 내비게이션 없으면 길 못 찾는 사람보다 낫지요.”

20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강난지공원. ‘하하하’ 사람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숲 속에 울려 퍼졌다. “새는 어떻게 그 먼 길을 찾아옵니까”라는 질문이 나왔다.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가 “주로 천적이 없는 밤에 이동하고 별을 보고 방향을 찾는 겁니다”라고 대답하자 ‘아∼’ 하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유명인사와 한강을 함께 걷는 ‘한강스토리텔링 투어’ 참가자들. 한강스토리텔링 투어는 소설가 영화감독 사진작가 등 멘토들이 한강의 스토리텔러가 돼 시민들과 산책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이날의 멘토는 ‘새박사’로 잘 알려진 윤 교수. 탐방로는 포장되지 않은 흙길이었다. 윤 교수가 사회자와 함께 맨 앞에서 걸었고,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초등학생부터 갓난아이를 안고 온 부부, 머리가 희끗희끗한 70대 노부부, 외국인 관광객에 이르기까지 100여 명이 뒤를 따랐다. 윤 교수는 천천히 걸으며 한강의 철새와 텃새, 한강을 찾는 새의 생태, 새를 관찰하기 좋은 장소에 대해 들려줬다.

윤 교수는 “갈대가 우거지고 갯지렁이가 많아 봄가을에는 박새가 날아오고 도요새와 갈매기 가마우지가 흔하게 보일 정도로 한강은 새들의 천국이었다”며 “하지만 한강이 개발되면서 먹이가 사라지고 삶의 터전도 빼앗겼다. 인간의 욕심 때문”이라고 씁쓸해했다. 참가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걸어서 숲으로 들어갈수록 신선하고 상큼한 풀내음이 밀려왔다. 수풀이 높게 우거진 곳은 마치 밀림에 온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부를 정도였다.

이들은 한강 야생탐사센터를 지나 수변생태학습지, 생태습지원에서 난지도에 사는 새와 다양한 생태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난지도에서 새를 관찰하기 가장 좋다는 갈대 바람 길에서 구름 사이로 서서히 사라지는 늦은 일몰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2km 정도의 거리를 2시간 동안 걸어 출발지인 야생탐사센터로 돌아왔다.

외국인 친구와 함께 왔다는 이민선 씨(45·여)는 “그동안 외국인들에게 주로 한옥체험이나 전통음식을 많이 소개했었다”며 “이번에는 난지공원에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걸었는데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좋았다”고 말했다. 이야기가 있는 산책이 끝난 후 탐사센터에서는 작은 음악회와 함께 멘토의 인생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강스토리텔링 투어는 10월까지 진행된다. 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8월 10일·잠원공원)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정희선(8월 28일·뚝섬공원) 개그맨 전유성(9월 7일·여의도공원) 영화감독 김기덕(9월 중·이촌공원) 사진작가 김중만(9월 28일·선유도공원) 소설가 김훈 씨(10월 중·광나루공원) 등이 멘토로 참여할 예정이다. 온라인플랫폼 서울스토리(www.seoulstory.org)에서 신청하면 된다. 참가비는 무료. 070-7728-1731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한강난지공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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