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국립부산과학관에 부산이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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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휘 사회부 기자
조용휘 사회부 기자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됐다.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를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자는 취지다. 이런 미래 가치는 발상의 전환과 열린 마음, 소통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부산에서 바라보는 미래부의 업무 행태는 정반대다.

부산과학기술협의회는 23일 “부산시민 열망으로 시작된 동남권 국립부산과학관 건립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2004년 꿈나무 육성과 지역연구개발사업 진흥을 위해 부산시, 시교육청, 대학, 산업계, 지역 언론, 과학기술인들이 만든 사단법인. 2006년 국립부산과학관 유치를 위해 114만6522명의 서명을 받았다. 생활과학교실과 공립 수학과학 창의체험관인 ‘궁리마루’ 운영 등 부산과학 문화를 이끌었다는 평가.

이런 노력의 결과로 국립부산과학관은 올 5월 기장군 석산리 동부산관광단지에서 공사에 들어갔다. 11만3000여m²(약 3만4000평)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2015년 준공 예정이다. 지역 과학계에서는 국립부산과학관을 ‘주민참여형 지역 거점’이란 설립 취지에 맞게 법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지역 전문 인력이 전시물 제작 과정부터 참여하고, 운영·전시·후원회·자원봉사 등 모든 면에서 수요자 중심의 과학관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미래부 과학관건립추진단은 최근 자문위원회 보고회에서 국립부산과학관에 수송원리관, 응용기술관, 융복합미래관 등 3개 전시관에 주제별 전시물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조달청의 전시설계입찰 공고에서도 제안 공모 내용을 수송 시스템으로 잡았다.

이를 두고 부산 과학계는 “동남권 특화 산업인 자동차, 조선, 항공, 방사선 기술은 부각되지 않고 원론적인 수송 테마 과학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국내 과학관에 이미 있는 ‘수송’으로는 특색 없는 과학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가 1월 개정한 과학관운영법상 국립과학관은 서비스를 높이기 위해 지자체와 지역 과학단체 등이 참여하는 과학관 법인을 운영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구와 광주만 포함되고 부산은 빠졌다.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은 국립과학관법인에 부산과학관도 추가하는 법안을 최근 발의했다.

선진국 과학관은 검증된 운영 주체를 먼저 선정하고 전시물 기획부터 설계 제작, 시험 가동 등 모든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는 거꾸로 정부 부처가 일일이 지시하는 방식이다. 지역이 배제된 채 미래부가 전권을 행사한 국립대구과학관에서 채용 비리가 발생하고 개관이 지연된 이유를 곰곰이 곱씹어 봐야 한다.

조용휘 사회부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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