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헝그리버드… 부러우니… 애니빵… 짝퉁 캐릭터, 초등생 유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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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파고드는 ‘짝퉁’ 상품들

한 초등생이 서울의 한 학교 앞 문구점에서 ‘짝퉁’ 캐릭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 초등생이 서울의 한 학교 앞 문구점에서 ‘짝퉁’ 캐릭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경기 고양시 낙민초 5학년 이준엽 군(11)의 취미는 레고 제품 모으기다. 이 군은 얼마 전 동네 문구점에서 ‘닌자고’ 미니 피규어를 싸게 파는 것을 보고 2000원에 구매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뜯어보니 칠이 쉽게 벗겨지고 조립방식도 정품과 달리 조잡했다. 레고 포장지를 자세히 보니 ‘LEGO’라는 상표 대신 ‘BELA’라고 써있었다. ‘짝퉁’(가짜)이었다.

이 군은 문구점을 다시 찾아가 환불을 요구했지만 문구점 주인은 “나는 그 제품에 대해 잘 모른다”며 거부했다. 이 군은 “물건을 살 때 상표만 자세히 봤어도 짝퉁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레고를 살 때는 포장지에 써있는 상표를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브라우니, 앵그리버드, 애니팡, 라바 등의 캐릭터 문구와 완구들이 요즘 초등생 사이에 큰 인기를 끈다. 하지만 이런 제품의 짝퉁을 멋모르고 구매했다가 피해를 입는 초등생들이 많다. 짝퉁이라는 걸 알고 사는 초등생들은 “정품보다 가격이 싸서 짝퉁을 샀다”고 말한다. 쉽게 드나들 수 있는 학교 앞 문구점에서 짝퉁만 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짝퉁을 살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초등생도 많다.

이름만 살짝 바꿔 버젓이 판매
‘짝퉁’ 상품인 브러우니(왼쪽)와 뽀로곰(오른쪽)
‘짝퉁’ 상품인 브러우니(왼쪽)와 뽀로곰(오른쪽)

짝퉁 제품들은 이름만 교묘하게 바꿔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헝그리버드, 앵글리버디, 앵글이버드(앵그리버드의 짝퉁) △부러우니, 브러우니(브라우니의 짝퉁) △러바, 라부(라바의 짝퉁) △마시뽀로(마시마로+뽀로로) △뽀로곰(뽀로로+곰) △애니뿡, 애니빵, 애니멀팡팡, 큐방(애니팡의 짝퉁) 등. ‘앵그리버드’ 캐릭터에다 원래는 없는 날개를 붙이거나, ‘헬로키티’ 인형 머리에 헤어밴드를 두르는 등 디자인에 살짝 변화를 준 교묘한 짝퉁도 있다.

초등생들은 대부분 상표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산다. 그러다보니 “겉모습이 비슷해서 짝퉁인지 모르고 구매했다”며 울상이다.

경기 성남시 도촌초 6학년 문순수 양(12)은 “짝퉁 제품은 이름이 조금 달라도 캐릭터 그림은 거의 똑같다”면서 “초등생들은 물건을 구입할 때 상표를 살피기보다는 그림에만 신경을 쏟다보니 정품과 캐릭터 모양이 비슷하면 짝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산다”고 말했다.

경기 안성시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4학년 A 양(10)은 얼마 전 문구점에 갔다가 브라우니 스티커를 발견했다. 스티커를 살 계획이 없었지만 평소 브라우니를 좋아했던 A 양은 즉흥적으로 스티커를 1000원에 구매했다. 그러나 집에 와서 포장지를 뜯고 나서야 짝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세히 살펴보니 ‘브라우니’가 아니라 ‘부러우니’라고 써 있었기 때문이다. 스티커 겉모양은 정품과 비슷했지만 성능이 떨어졌다. 스티커를 붙여봤지만 접착력이 거의 없어 금세 떨어졌다. A 양은 문구점에 가서 환불해달라고 했지만, 문구점 주인은 “포장지를 뜯어서 환불이 안 된다”며 거절했다.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아요”

많은 초등생들은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은데 정품은 가격이 비싸 할 수 없이 짝퉁을 사게 된다”고 말한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5학년 B 양은 얼마 전 학교 앞 문구점에서 도라에몽 스티커를 500원에 샀다. B 양은 “정품 스티커는 3000원으로 무려 6배나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애니팡 휴대전화 고리도 짝퉁을 3500원에 샀다는 B 양은 “정품은 7000원이어서 반값인 짝퉁으로 샀다"면서 “반에서 친구들이 거의 다 애니팡 휴대전화 고리를 하나씩 갖고 있는데, 나만 없으면 허전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쉽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학교 앞 문구점에선 짝퉁만 파는 경우도 많아 초등생들은 어쩔 수 없이 짝퉁을 사기도 한다.

광주에 있는 초등학교 6학년 C 양은 “학교 앞 문방구에서는 정품 캐릭터 제품을 구매하기가 어렵다”며 “정품은 멀리 떨어져 있는 대형마트에서만 살 수 있어서 친구들이 짝퉁인 걸 알면서도 그냥 학교 앞 문구점에서 산다”고 전했다.

불법 캐릭터 복제를 방지하기 위해 힘쓰는 단체인 사단법인 한국문화콘텐츠라이센싱협회 이민재 사무국장은 “학교 앞 문구점 주인들은 대부분 도매상들이 주는 대로 캐릭터 상품을 받아서 파는데, 이때 도매상들이 문구점에 불법복제품만 납품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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