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명품 수성구’는 구청장의 소통에서부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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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대구의 근대골목투어와 동촌 금호강의 변화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지역을 바꾼 좋은 사례라 할 만하다. 중구가 추진한 근대골목투어는 지난해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후 대구의 대표적인 관광 프로그램이 됐다. 동구가 지난해 대구의 젖줄 금호강에 설치한 해맞이다리 등은 대구의 새로운 명소가 되고 있다.

최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기초지자체 공약 이행 경진대회에서 전국 최우수상을 받은 동구는 “주민에게 철저히 공개하는 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도 생겼다”고 밝혔다. 중구는 도심 공동화로 인구가 농촌 지자체 수준인 7만여 명에 불과한데도 대구 전체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수성구는 대구의 8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교육과 문화 등 전반적인 생활 여건이 가장 좋은 지역으로 꼽힌다. 그런데 올 들어 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2회 실시한 공약 평가에서 수성구는 중구와 동구 등에 비해 너무 초라한 수준을 보였다. 이 공약 평가는 신뢰와 권위가 있어 지자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평가는 민선 5기 공약을 종합 진단하는 의미도 있다.

많은 공약의 경우 지자체(단체장)가 혼자 힘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주민이나 다른 지자체, 정부 등과 협력체제를 잘 갖추도록 개방적이고 투명한 분위기가 꼭 필요하다. 특히 주민과의 투명한 소통 행정은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이진훈 수성구청장이 구의 얼굴인 홈페이지 등에 자신의 경력 가운데 출신 대학(충남대)을 숨기는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꼭 표시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지만 “충남대 졸업이라고 하면 나를 충청도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구가 그만큼 폐쇄적인 지역이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그는 “도움 안 되는 내용은 빼고 도움 되는 내용만 경력에 담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청장의 이 같은 태도는 광범위한 소통을 기반으로 지역 간 협력이 중요한 지금 시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수성구민을 속이고 대구시민을 무시하는 말로도 들릴 수 있다. 출신 대학만 따지면서 단체장 같은 중요한 공인의 역량과 사람됨을 판단하는 대구시민이 과연 몇 명이겠는가? 충남대 졸업이 그토록 공개하기 꺼릴 사안일까? 이 구청장 자신이 너무 좁고 얕은 생각에 갇혀있는 건 아닐까?

대구시와 광주시는 지역 간 협력을 위해 ‘달빛동맹’을 맺고 수년째 머리를 맞대고 있다. 작은 지역주의에 갇히면 진정한 지역발전을 꾀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사회적 흐름이다. 이 구청장이 정한 수성구의 슬로건은 ‘대한민국 대표도시 명품 수성’이지만 충청도(대전)에서 대학을 다닌 사실조차 쉬쉬하는 수준이라면 주민과의 정직한 소통도 어렵지 않겠는가? 수성구의 공약 이행과 정보 공개 평가가 부실한 이유가 단체장의 이런 태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겸손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boriam@donga.com
#근대골목투어#금호강#해맞이다리#이진훈 수성구청장#출신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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