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부산지검, 소년범 처벌전에 교사의견 듣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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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육청과 업무협약 체결 “재범 방지위해 교화에 중점”

부산 사하구 A고 1학년 정모 군(16)은 무단결석을 일삼는 ‘문제학생’이었다. 등교를 거부하며 “자퇴하겠다”고 고집했다. 무면허 운전으로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다.

이 학교 생활지도부장은 정 군의 자퇴를 막기 위해 부산가정법원과 부산시교육청이 올 4월부터 전국 처음으로 시행하고 있는 ‘위탁보호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그는 정 군이 재판을 받은 후 위탁보호를 받으면서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도했다. 정 군은 예전과 달리 학교생활에 적응하면서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이처럼 문제학생을 법으로 처벌하기 전에 교사의 의견을 듣는 것이 학생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에 착안해 검찰과 교육청이 힘을 합쳤다.

부산교육청과 부산지검은 9일 오후 ‘결정 전 교사의견 청취제도(TOAST) 시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범죄를 저지른 소년·소녀사범의 처벌을 최종 결정하기에 앞서 교사의 의견을 먼저 듣기로 한 것이다.

검찰은 원활한 제도 운영을 위해 부산지역 중고교 생활지도교사를 전문수사자문위원으로 위촉한다. 소년사건을 배당받은 검사는 소년사범 소속 학교에 범죄 사실과 형사입건을 통보하고 학생 선도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생활지도교사는 학교 내 대안교실에서 특별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학생 선도에 힘쓰고 해당 학생의 학업성취도, 가정환경, 평소 행동, 교우관계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의견서를 검찰청에 제출한다. 주임검사는 교사의 의견을 토대로 해당 학생 정보를 확보한 뒤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건부 기소유예 등 처벌 수위를 최종 결정한다.

이를 위해 검찰은 연 1회 전문수사자문위원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어 우수 선도사례를 발굴하고 의견도 나눈다. 부산지검의 소년전담검사, 소년전문수사관, 부산교육청의 학교폭력예방 장학관 및 장학사로 구성된 협의체도 운영한다.

올 들어 1∼6월 부산지검에 입건된 소년사건은 3338건. 이 중 7.7%는 기소, 48%는 불기소, 35.3%는 소년보호송치(이송) 등으로 처리됐다.

이상억 부산지검 형사5부장은 “평소 학생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교사의 의견을 최대한 듣고 학생에 대한 처분을 할 수 있다”며 “소년사범의 교화에 중점을 둬 재범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이 제도를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교육청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이 제도 외에 중학교 169개교, 특성화고 39개에 ‘희망을 꿈꾸는 부산 푸른 꿈 교실’을 운영 중이다. 학교별 특색에 맞는 208개 교육과정을 통해 부적응 학생에 대한 맞춤형 대안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변호사가 학교와 교육청을 직접 찾아가는 폭력예방 컨설팅, 경찰청과 시청이 함께 참여하는 청소년 안전지대(블루존)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해 3∼6월 부산지역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은 791건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186건으로 줄었다. 김수동 시교육청 학교폭력근절과장은 “검찰과 법원 등 사법기관과 연계된 학교폭력 예방대책의 가장 큰 효과는 교사들이 교육현장에서 문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권능이 세워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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