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 커피-편의점 ‘절전 사각지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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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교육용 전기료’ 적용받는 캠퍼스 상업시설 에어컨 펑펑

6월 27일 오후 3시 반 서울 동작구 중앙대 102관 P음식점. 베트남 음식 프랜차이즈 식당인 이곳에서 10개월 된 아이와 밥을 먹던 권모 씨(35·여)는 왼손으로 아이의 팔을 연신 문질렀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혹시 아이가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음식도 금세 식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라 25개 테이블 중 3개에만 손님이 앉아있었지만 에어컨은 희망온도 18도에 맞춰져 가동되고 있었다. 결국 권 씨는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권 씨는 “음식점 내부가 너무 추워 오한이 날 정도였다”고 했다.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취재팀이 중앙대를 비롯해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등 대학 캠퍼스에 입주한 커피전문점 편의점 서점 등 상업시설을 돌아본 결과 과도한 냉방으로 실내 온도는 18∼23도였다. 일부 가게는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에어컨을 틀고 있었고 대낮에도 수십 개의 조명이 실내를 밝혔다. 어느 곳에서도 전력 낭비를 막기 위한 노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시설들은 과거처럼 대학이나 학생회 등이 직영하거나 위탁운영하는 시설과는 달리 대부분이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다.

대학 캠퍼스 안에 들어선 상업시설들이 이처럼 전기를 펑펑 쓸 수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요금 덕분이다. 대학 내 상업시설은 대부분 ‘일반용 전력 요금’이 아닌 ‘교육용 전력 요금’으로 전기요금을 낸다. 전기요금은 일반용 주택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등으로 나뉘며 일반용 주택용 요금 외에는 모두 원가 이하로 공급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일반용 전력 요금은 kWh당 112.5원이지만 교육용 전력 요금은 108.84원으로 약 3.7원이 싸다. 음식점 커피전문점 등 상업시설은 일반용 전력 요금을 내야 하는데도 캠퍼스 안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매달 적은 전기요금을 내고 있다. 매달 평균 1만100kWh 전기를 사용하는 한 대학 내 편의점의 경우 대학 밖의 같은 규모 편의점에 비해 매달 3만7000원 정도의 전기요금을 덜 내는 셈이다.

그러자 한국전력은 최근 캠퍼스 내 상업시설을 개별조사해 교육과 무관한 곳의 전기요금을 일반용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한전 관계자는 “최근 대학내 상업시설이 크게 늘어 대학당 많게는 60여 곳의 상업시설이 있다”며 “대부분 업소가 교육용 전력 요금을 내면서 부당이득을 얻는 바람에 일반 국민의 전기료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상업시설이 부당하게 덜 낸 전기료를 환산해 소급 부과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한전 측이 전기료를 제대로 냈는지 조사하겠다고 공문을 보낸 대학은 124곳, 총 1337곳의 상업시설이다. 중앙대 내의 상업시설은 추가로 총 520여만 원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

한전의 결정에 일부 대학과 캠퍼스 내 상업시설들은 반발하고 있다. 학생 복지를 위해 마련한 시설을 영리시설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관계자는 “대학 내의 시설은 모두 학생들의 편의를 고려한 것이기 때문에 넓은 의미의 교육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한전 약관상 교육용 전력을 받을 수 있는 부대시설은 ‘후생시설 및 교육 목적 수행과 관련된 부속시설’로 돼 있다는 점도 학교 측이 반발하는 근거다. 추가 전기료를 대학과 상업시설이 어떻게 분담하느냐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캠퍼스 내에 있다는 이유로 상업시설을 교육용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대학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캠퍼스 내에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학내 상업시설에 일반용 전력요금을 부과해 특혜를 없애야 한다”며 “대학도 에어컨과 조명시설 사용을 줄여 전력 사용을 줄이려는 국민적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커피#편의점#절전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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