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교수만을 위한 경북대 총장 직선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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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대구경북 본부장
이권효 대구경북 본부장
“총장 선출 방식을 둘러싸고 대학본부와 교수회가 벌이는 극심한 대립은 경북대를 올바르게 이끌기 위한 게 아니라 더 많은 학내 이권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다. 본부와 교수회는 자신들의 사리사욕이 아닌 경북대 발전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라.”

경북대 학생 대표들이 며칠 전 발표한 결의문의 일부다. 교수회가 총장직선제를 위한 교수 투표를 20일까지 하는 등 학내 갈등이 불거지자 이를 우려한 행동이다. 대학본부는 지난해 7월 직선제를 폐지하고 2월에 총장 임명 세부 규정을 마련했다.

교수회가 교수 투표에 나선 이유는 직선제 폐지 학칙 개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투표 결과 직선제 찬성이 많을 경우 학칙 재개정을 본부에 요구할 예정이어서 이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학생과 대학 경쟁력을 위해 힘을 쏟아야 할 본부와 교수회를 오히려 학생들이 걱정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교수회는 “6월항쟁으로 만들어진 총장직선제, 6월에 되찾자. 자율성을 포기하는 대학은 이미 죽은 대학”이라며 교수들의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하게 된 당시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대학 총장 등 기관장을 선출하는 방식은 직선제나 간선제나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1년 전 직선제를 폐지한 학칙 개정이 부당하다며 “대학 자율성을 위해 직선제를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대학운영의 자율이 아니라 교수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수회가 요구하는 직선제는 교수들만의 선거이므로 명실상부한 직선제가 아니다. 교수가 대학 구성원의 ‘전체’는 아니기 때문에 간선제나 마찬가지다. 총장직선제를 ‘6월 항쟁’에 비유하려면 진정한 직선제, 즉 학생과 행정직원 중 대통령 선거권을 가진 만 19세 이상은 교수와 동일한 선거권을 가져야 한다. 경북대 전임교원은 1150여 명이지만 재학생은 3만100여 명, 행정직원 490여 명이다.

이런 점에서 학생 대표들이 “본부와 교수회가 학생들은 배제한 채 자신들이 더 많은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대립하는 상황에서 경북대 전체 구성원을 위해 열정을 쏟는 올바른 총장이 나올 수 있겠는가”라고 걱정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경북대 교수회는 직선제 폐지가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이라고 주장하기 전에 진정한 직선제는 무엇이어야 하는지부터 공론화 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왜 교수들이 대학 구성원의 대표로서 선거권을 갖는지, 그것이 왜 간선제가 아닌 직선제라고 할 수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 경북대가 대구 경북을 대표하는 대학이라는 자부심이 있다면 이런 점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권효 대구경북 본부장 boriam@donga.com
#총장 선출 방식#경북대#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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