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영어철자 왕? 접사로 어원 찾고 발음 체크는 기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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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영어철자 말하기 대회 ‘2013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2013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SNSB)’에 한국대표로 참가한 리시 군이 본선 3라운드에서 무대에 올라 말하기시험 문제를 풀고 있다. 윤선생 제공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2013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SNSB)’에 한국대표로 참가한 리시 군이 본선 3라운드에서 무대에 올라 말하기시험 문제를 풀고 있다. 윤선생 제공
《 언어를 배울 때 유창한 표현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단어의 정확한 철자와 발음을 숙지하는 것. 사실상 세계 공용어인 영어의 경우 비영어권 지역은 물론 영어가 모국어인 지역의 학생들도 영어 단어의 철자와 발음을 공부하려는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영어철자 말하기 대회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2013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이하 SNSB)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부터 사흘간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 주 게이로드 내셔널 호텔 앤드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올해 86회를 맞은 이번 SNSB에서는 미국 전역과 가나 뉴질랜드 멕시코 등 전 세계 10여 개 나라에서 진행된 대표 선발전(총 1100여만 명 참가)을 통해 선발된 챔피언 281명이 세계 스펠러 챔피언 자리를 놓고 뜨거운 경쟁을 벌였다.

올해 SNSB는 ‘지필시험’ ‘말하기시험’ 등 기존의 두 가지 평가방식에다 ‘어휘지식평가’가 추가된 것이 지난해와 달라진 점. 이 대회의 책임자이자 1981년 SNSB 챔피언인 페이지 킴블 씨는 “어휘지식평가 도입은 학생들이 단순히 단어의 철자 외우기에만 급급하지 않고 어휘의 뜻과 발음, 활용법을 두루 익히도록 일선 학교들이 나서주기를 독려하기 위함이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관중 2000여 명과 수백 명의 취재진으로 열기를 더한 2013 SNSB의 현장을 찾았다. 》

  

지난달 29일 오후 3시 준결승 진출자 42명을 가리는 본선 두 번째 라운드. 한국대표로 출전한 리시 군(13·부산국제외국인학교 중학과정 2학년)이 무대 중앙의 마이크 앞에 섰다. 이 대회 1980년 챔피언이자 대회 출제자인 자크 베일리 박사(미국 버몬트대 고전학 부교수)가 말하는 출제 단어가 대회장에 울렸다.

“키베.”(베일리)

“키베? 단어의 뜻을 알려주시겠어요?”(리시)

“미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교육을 받은 일본계 사람입니다.”(베일리)

“단어의 어원을 알려주시겠어요?”(리시)

“일본어입니다.”

베일리 박사가 답하자 리시는 침착하지만 빠른 목소리로 철자를 열거했다.

“케이(k) 아이(i) 비(b) 이(e) 아이(i). 키베!”

정답이었다. 관중이 일제히 쏟아내는 박수와 함성이 대회장을 가득 채웠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2013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SNSB)’에 한국대표로 참가한 리시(앞줄 맨 왼쪽) 군과 참관단 학생들이 이번 대회 우승자인 아빈드 마한칼리(13·미국 뉴욕 주·앞줄 가운데)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2013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SNSB)’에 한국대표로 참가한 리시(앞줄 맨 왼쪽) 군과 참관단 학생들이 이번 대회 우승자인 아빈드 마한칼리(13·미국 뉴욕 주·앞줄 가운데)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한국대회 최상위권 학생들, 열띤 응원 펼쳐


SNSB에 한국대표가 참가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외국인이 한국대표로 선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 리시 군은 올 2월 서울 건국대에서 열린 ‘2013 내셔널 스펠링 비(NSB)’ 대회에서 챔피언에 올라 SNSB 출전권을 따냈다. 대한민국 거주자(중2, 15세 이하)라면 참가자격이 주어지는 NSB 규정에 따라 리시 군도 미국 본선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이번 SNSB에는 NSB에서 금상(2위)을 차지해 SNSB 참관권을 얻은 이성준 군(인천 진산중 1)뿐 아니라 김도엽(경기 공도중 2), 박재영(부산 센텀중 2), 장우혁 군(전북 고창영선중 1), 오승원 양(서울 영훈국제중 2) 등 2013 NSB 최상위권 성적을 거두었던 참가자들도 대회 현장을 찾아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리시 군을 응원했다.

박준서 윤선생 상무는 “성적에 무게를 두는 경쟁적인 한국 교육환경에 익숙한 학생들이 국적이 다른 학생을 응원하는 경험은 다문화 시대에 꼭 필요한 공동체의식과 리더십, 영어실력을 두루 갖추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펠러 챔피언 비결? 라틴어 그리스어 등 어원을 정복하라

SNSB의 출제단어 중에는 대학에서나 접할 수 있는 어려운 수준의 단어도 상당수. 베일리 박사는 “평소 단어의 어원을 공부해두면 잘 모르는 단어를 만나더라도 어원만 보고 그 뜻을 추리하거나 발음만 듣고 철자를 떠올릴 수 있다”면서 “대학에서 배우는 전문적인 용어나 의학용어 같은 긴 단어도 주로 그리스어나 라틴어에서 어원을 추측하면 쉽게 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대회의 챔피언은 결선에서 15라운드까지 접전을 벌인 끝에 우승을 차지한 인도계 미국인 아빈드 마한칼리 군(13·미국 뉴욕 주)에게 돌아갔다. 마한칼리 군은 “단어를 볼 때 각 나라의 어원에 맞는 패턴을 기억해서 단어의 뜻을 추측한다”면서 “특히 독일어에서 유래한 단어에 취약했는데 이번 대회를 앞두고 독일어의 어원과 패턴을 집중 학습한 결과 결승전의 마지막 챔피언 단어인 ‘knaidel(수프에 띄워먹는 경단)’도 쉽게 맞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결승에서 마지막까지 우승자와 접전을 벌인 프라나브 군(13·미국 일리노이 주)은 “단어의 어근(root word)을 중점적으로 살피며 영어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하는 방법으로 단어별 어원과 패턴을 공부했다”고 자신의 학습법을 소개했다. 이번 대회 본선에서 말하기평가 두 문제를 모두 맞히는 데 성공한 한국대표 리시 군은 “한국어 TV방송을 볼 때 들리는 발음과 단어의 표기법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면서 “한국 학생들은 영어단어를 공부할 때 눈으로만 철자를 외울 게 아니라 반드시 정확한 발음을 동시에 확인하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Scripps National Spelling Bee)란? ::


미국 비영리단체인 E W 스크립스사가 매년 개최하는 국제 규모의 영어철자 맞히기 대회. 미국 지역대회에서 우승하거나 국가대표로 선발된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지필평가, 말하기평가, 어휘지식평가 등 세 가지 평가의 점수를 합산해 결승 진출자(총 10여 명)를 가려낸 뒤 다시 말하기평가만으로 최종 우승자를 선발한다.

SNSB 한국대표를 선발하는 ‘내셔널 스크립스 스펠링 비(NSB)’ 대회는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가 주최하고 영어교육 전문 윤선생의 후원으로 매년 2월 무렵 서울에서 진행된다. 윤선생은 이번 SNSB에 출전한 리시 군과 보호자의 참가경비를 전액 지원했다.

메릴랜드=글·사진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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