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북성로 공구골목, 역사와 문화 흐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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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박물관 열어 옛날 모습 재현
어가길-역사거리 조성해 관광 코스로

최근 문을 연 대구 중구 북성로 공구박물관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공구와 역사 자료를 감상하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최근 문을 연 대구 중구 북성로 공구박물관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공구와 역사 자료를 감상하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대구 중구 북성로 공구골목 일대가 ‘역사문화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밋밋한 거리 이미지를 벗고 걷고 싶은 매력적인 곳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곳은 1950, 60년대에 미군 군수물자용 공구를 유통하는 상점들이 모이면서 형성됐다. 당시 국내 거의 모든 공구가 이곳으로 모일 만큼 호황을 누렸다. ‘도면만 있으면 탱크도 만든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 이후 공구 판매점이 전국적으로 분산되면서 공구골목도 옛 모습을 잃어 갔다. 상점 문을 닫는 밤에는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로 썰렁한 분위기를 풍긴다.

중구는 최근 이곳에 공구박물관을 열었다. 1930년대 쌀 창고로 쓰였던 근대건축물을 개조해 만들었다. 75m²(약 22평)에 2층 규모. 작은 공간이지만 북성로 공구 상인들의 삶을 보여 준다. 1층은 기술자 작업 공간과 사무실을 재현했다. 일제강점기 때 썼던 공구 50여 점을 전시했다. 2층에는 세미나실 등을 마련했다.

중구는 개관을 기념해 ‘전쟁과 북성로’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6·25전쟁 때 전시물자와 탄피상자, 군용 컵 등 군수품 125점을 보여 준다. 공구골목의 역사적 배경도 볼 수 있다. 양수용 중구 도시경관과장은 “상점들이 기증한 공구 1000여 점도 전시하고 대구산업화를 주제로 강의도 열 계획”이라며 “공구골목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구골목 변화의 핵심은 ‘어가길’ 복원이다.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재위 1907∼10)은 대한제국이 일제에 병합되기 1년 전인 1909년 대구를 찾았다. 순종은 어가(御駕·임금이 타는 수레)를 타고 북성로와 경상감영 일대를 둘러봤다. 이를 계기로 달성공원∼북성로 약 1km 구간은 ‘어가길’로 불린다.

중구는 2016년까지 70억 원을 들여 어가길 역사거리 조성과 공구골목 경관 개선을 추진한다. 대구 근대사에서 뺄 수 없는 공구골목 일대를 문화공간으로 꾸며 관광지로 만들려는 구상. 북성로∼서성로(1.6km)에는 휴식 공간과 상징 조형물을 설치한다. 인도와 차도는 읍성 이미지를 넣은 돌을 바닥에 깔 계획이다.

일제강점기 때 민족교육을 위해 설립한 우현서루(현 대구은행 북성로 지점)와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인 광문사 터(현 수창초교 후문)는 역사공원으로 조성해 대구근대골목투어 코스에 추가할 예정이다.

공구골목 인근의 삼성상회(삼성그룹 발상지) 터를 출발점으로 공구골목과 광문사 터 등을 걷는 ‘구국의 길’(가칭)도 개발하고 있다. 이 코스는 박근혜 대통령 생가 터∼2·28민주운동기념회관∼국채보상운동기념회관으로 이어진다. 윤순영 중구청장은 “공구골목 등 대구의 오늘을 만든 유산이 관광자원으로 다시 태어나 시민과 관광객의 관심을 모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북성로 공구골목#역사문화공간#공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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