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율 π를 알면 간단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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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생각이 크는 수학]
바퀴가 굴러간 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린이가 아빠와 함께 택시를 타면서 물었습니다. “아빠, 숭례문에는 왜 가는 거예요?” “2008년 불에 타서 훼손됐던 숭례문이 5년 만에 예전 모습으로 복구됐기 때문에 보러 가는 거란다.” “숭례문이 불타서 없어진 부분만 다시 짓는 데 5년씩이나 걸린 거예요?” “최신 기계와 장비를 사용했으면 짧은 시간 안에 복구가 가능했겠지만 숭례문은 모든 것을 최대한 전통방식에 가깝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하는구나.”

아린이의 궁금증은 이어집니다. “아빠, 숭례문이 예전과 똑같아 졌을까요?” “현판의 글씨체, 기와가 달라졌고 성곽이 생긴 점이 달라졌다는구나. 도착하면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자.” “네, 아빠!”

숭례문에 가까워질수록 차가 많이 막혔습니다. 많은 인파가 몰렸으니까요. 아린이는 택시 안의 미터기를 보고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택시가 빨리 달리면 요금이 올라가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심지어 길이 막혀 택시가 거의 움직이지 못할 때도 요금은 올라갔습니다. 아빠가 지불해야 할 금액이 점점 늘어나는 겁니다.

드디어 숭례문에 도착하자 운전사 아저씨가 “손님, 5000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린이가 아빠에게 속삭입니다. “아빠, 요금이 잘못된 것 같아요. 저희가 처음 탔을 때 2400원이었으니까, 5000원에서 2400원을 뺀 금액인 2600원만 내면 되잖아요. 그리고 택시가 서 있을 때도 요금이 올라갔어요.”

아빠는 빙긋이 웃으며 계산을 마친 뒤 택시가 떠나자 아린이에게 말했습니다. “택시는 처음 2km를 가는 동안 같은 요금을 내야 해. 서울은 기본요금이 2400원, 그 외 지역은 2200∼2800원이야. 기본요금이 없다면 500원어치 거리를 걷기 싫어서 택시를 세우는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겠지.”

아빠가 계속 설명했습니다. “택시는 2km를 넘으면 거리와 시간을 각각 고려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요금을 계산해. 서울택시의 거리요금은 144m를 갈 때마다 100원씩 올라간단다.”

“그럼 아빠, 택시가 움직인 거리를 택시미터가 어떻게 알아요?” “택시가 움직인 거리는 바퀴가 회전하는 수를 측정해 계산한단다. 타이어의 지름에 원주율(π=3.14)을 곱하면 타이어가 한 바퀴를 돌 때 택시가 움직이는 거리가 나온단다.”

“원주율이요? 그런데 신호등에서 택시가 안 움직일 때도 요금이 올라가던데요?” “그게 바로 시간요금이라는 거야. 시간요금은 택시가 시속 15km보다 느리게 움직일 때 35초마다 100원씩 올라간단다. 신호등에 걸려 있거나 길이 막혀서 천천히 움직일 때 적용되는 거지.” “아하∼ 이제야 택시요금의 비밀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르키메데스, 소수 둘째 자리 π 계산

오늘은 원주율에 대해서 살펴볼까요? 삼각형이나 사각형같이 선분으로 이루어진 다각형의 둘레와 넓이를 많이 구해보았지요? 원 모양의 둘레나 넓이를 어떻게 구할까요? 이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개념이 원주율이에요. 모든 원은 크기에 상관없이 원주와 지름의 비가 일정합니다. 수학자는 이 비율을 원주율, ‘π(파이)’라고 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값을 보통 3.14로 계산을 한답니다. 그럼 이 3.14라는 값은 어떻게 알게 됐을까요?

오래전부터 원주율을 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노력을 해 오다가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소수 둘째 자리까지 알아냈어요. 그는 지름이 1인 원의 안쪽과 바깥쪽에 정다각형을 그리는 방법으로 원주율을 알아냈다고 해요. 원 안쪽과 바깥쪽에 꼭 맞는 정육각형을 그리면 원의 둘레는 안쪽 정육각형과 바깥쪽 정육각형의 둘레 사이에 있게 돼요. 이렇게 정십이각형, 정이십사각형… 계속 그려 가면 바깥쪽과 안쪽에 그려진 정다각형의 둘레의 차가 점점 작아지겠죠?

즉, 점점 정다각형의 둘레와 원의 둘레가 비슷해져요. 아르키메데스는 이렇게 그려나가다 정구십육각형에 이르러 원주율을 소수 둘째 자리까지 알게 된 것이에요. 또 480년경 중국의 조충지가 원주율의 값을 3.141592로, 소수 여섯째 자리까지 정확하게 알아냈지요. 이제는 컴퓨터를 이용해 원주율을 소수 몇 억 자리까지 구할 수 있지만 원주율의 정확한 값은 아무도 알 수 없답니다. 그래서 원주율을 ‘π’라는 기호로 나타내고 3.14로 생각하여 계산한답니다.

지름만 알면 원 둘레와 넓이 구해
우리도 과학자처럼 집에서 쉽게 원주율을 구할 수 있어요. 우선 시계나 통조림통 같은 원 모양의 물건을 찾아 지름과 둘레를 알아보세요. 이 숫자를 표로 나타내 보고 물건의 둘레를 지름의 길이로 나누어 소수 둘째 자리까지 몫을 구해 봅시다. 자, 모두 3.14가 나오나요?

원의 크기가 달라도 원주율은 항상 일정하게 약 3.14가 됩니다. 어떤 원의 지름만 알면 둘레와 넓이를 구할 수 있어서 우리 생활 속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아주 많습니다. 예를 들어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에서 속력을 계산할 때 원주율이 필요합니다. 인공위성의 원 궤도를 계산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캔 음료수는 보통 원기둥 모양이지요? 이렇게 만들어야 같은 양을 담을 때 재료를 가장 적게 써서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원주율이 도움이 됩니다.

자, 그럼 문제 하나 풀어볼까요? 아린이는 숭례문을 구경하고 나니 배가 고파졌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맛있는 와플이 먹고 싶어졌죠. 아린이는 아빠를 졸라 와플을 먹으러 갔습니다. 1000원짜리 초콜릿 와플은 지름이 14cm이고 2000원짜리 생크림 와플은 18cm입니다. 와플의 두께가 같다고 할 때 어떤 와플을 사는 것이 더 실속 있을까요?

원처럼 동그랗게 생긴 초콜릿 와플과 생크림 와플의 넓이를 구해 봐야겠죠? 원의 넓이는 (반지름)×(반지름)×3.14로 구합니다. 초콜릿 와플의 반지름은 14÷2=7cm이므로 넓이는 7×7×3.14=153.86(cm²)입니다. 다음은 생크림 와플. 반지름이 18÷2=9cm이므로 넓이는 9×9×3.14=254.34(cm²)입니다.

이제 초콜릿 와플의 1cm²당 가격을 구해 볼까요? 가격이 1000원이고, 전체 넓이는 153.86이므로 1000÷153.86을 계산하면 1cm²당 약 6원입니다. 같은 방법으로 생크림 와플 가격 2000원을 넓이 254.34로 나누면 1cm²당 약 8원입니다. 초콜릿 와플을 사는 것이 더 실속 있습니다.

김성희 웅진씽크빅 수학연구소 책임연구원
#수학#원주율#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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