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山 등반, 극한의 도전 너머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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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호 대원 사망 이어… 박남수 대장 히말라야서 또 숨져

히말라야 등반 대원 잇단 사망
故 박남수 대장
故 박남수 대장
“생명과는 점점 멀어지는 세상의 끝자락으로 가는 듯하다. 그곳에서는 몸이 몸을 버린다.”

최근 세계 최단 기간 히말라야 8000m급 14좌 무산소 완등에 성공한 김창호 대장(44·몽벨 자문위원)은 등반을 떠나기 전 고지대 무산소 등정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기압은 낮고 산소는 부족하다. 영하 30도에 이르는 혹한에 강풍까지 불 때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의 신체 반응에 대해 그는 “살기 위해 뇌, 심장 등 중요한 부분의 기능을 빼고는 몸이 다른 부분의 기능을 자꾸 포기한다”고 말했다. 신체 말단까지는 혈액 순환이 안 돼 손발이 쉽게 동상에 걸리는 현상을 표현한 것이다. 그는 “때로는 앉아서 쉬면서 죽어간다. 머리는 살아있지만 하체는 이미 죽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해발 8000m 이상 지역에서는 공기 밀도와 기압이 해발 0m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착란, 두통 및 폐 기능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시력도 저산소증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뇌 기능도 저하된다. 김 대장은 “인식 능력이 평소의 10%에 불과해지는 것 같다. 판단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위험에 노출되는 정도가 커진다”고 말했다. 의학계에서는 해발 6000m 지역에서 7시간 등반할 경우 3∼4L의 수분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뇌 기능 저하로 목마름을 덜 느껴 탈수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김 대장의 표현은 고산 등반의 무서움을 잘 보여준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이뤄낸 성취이기에 14좌 완등 및 무산소 등정의 업적은 위대하다. 그것은 진정 극한의 도전이다.

그러나 이런 무산소 및 고산 등반은 큰 위험을 불러온다. 21일 김창호 등반대의 서성호 대원(34)이 탈진 증세 후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22일에도 한국 산악계에 비보가 날아들었다. 대한산악연맹은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성공기원 한국 칸첸중가(해발 8586m) 원정대’의 박남수 등반대장(47)이 해발 7900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탈진 상태에서 실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 대장은 장애 산악인 김홍빈 원정부대장(49)과 등정 후 하산하던 중이었다. 김 부대장은 산에서 얻은 동상으로 10개의 손가락 마디를 잘라냈지만 포기하지 않고 등반 활동을 해왔다. 김 부대장도 아이젠 한쪽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설맹 증상으로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로 동료들의 부축을 받아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일반인들도 고산 등반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산악인은 “고산 등반의 위험성을 충분히 숙지할 것과 철저한 준비 및 ‘겸손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히말라야 14좌 모두 위험하지만 안나푸르나(해발 8091m)가 가장 위험한 산으로 꼽힌다. 몇 년 전까지는 흔히 ‘죽음의 산’으로 불리는 K2(해발 8611m)가 가장 위험한 산으로 꼽혔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이는 악명 높은 안나푸르나의 눈사태와 남벽 때문이다. 더 높고 험한 곳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절벽으로 꼽히는 이곳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산악인 박영석 대장도 2011년 이곳에서 실종됐다.

박 대장 실종 이후 한국 산악계는 김형일, 서성호 등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유망주들을 대거 잃었다. 등반가들에게는 냉철한 순간 판단이 요구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등반대의 경쟁을 부추겨서는 안되며 그 등반대의 행위 자체가 있는 그대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원홍·박민우 기자 bluesky@donga.com
#산악#박남수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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