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가짜 ‘전문병원’ 못올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복지부 “키워드 의료광고 소비자 현혹”… 금지 요구 6개월만에 중단

특정 질환이나 병원을 검색할 때 전문병원 인증을 받지 못한 병원들이 마치 전문병원인 것처럼 화면에 뜨는 ‘키워드 광고’를 네이버가 16일부터 중단했다고 22일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키워드 광고는 누리꾼들이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면 광고주의 사이트가 뜨는 온라인 광고 방식이다. 그 사이트의 클릭 건수가 많아질수록 네이버 등 포털 업체에 지불하는 광고비도 늘어난다.

문제는, 검색창에 ‘전문’을 입력했을 때 전문병원이 아닌 비(非)전문병원이 무더기로 뜬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검색창에 ‘임플란트 전문’이라고 입력하면 ‘임플란트 전문 ○○치과’ 리스트가 쭉 나온다. 그러나 현재 복지부가 지정한 임플란트 전문병원은 단 한 곳도 없다.

복지부와 대한전문병원협의회는 비전문병원이 키워드 광고를 활용하면 마치 전문병원인 것처럼 행세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현재 전문병원은 21개 질환·진료과목에 대해 99곳만 지정돼 있다. 복지부는 의료 수준과 진료 실적 등을 평가해 3년마다 전문병원을 새로 지정한다.

의료법에 따르면 이 병원들을 빼면 ‘전문병원’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이를 어긴 의료기관이 적발되면 시정명령과 함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15일간 업무정지 처분을 받는다. 이와 별도로 허위, 과대광고를 했다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 1∼2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이 법은 거의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마다 가짜 전문병원 광고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와 한국온라인광고협회에 전문병원 관련 광고 가이드라인을 따라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전문병원’이나 ‘전문’으로 검색했을 때 비전문병원이 노출돼서는 안 된다.

전문병원협의회 관계자는 “전문병원은 많은 노력 끝에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비전문병원이 부당한 광고를 하도록 포털 업체가 방조하는 건 공정거래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네이버에 수차례 요청했는데 광고수익 때문인지 빨리 시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정부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랐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성형외과 전문’ 등 진료과의 ‘전문’ 표시가 위법이냐는 유권해석을 복지부에 의뢰했다. 위법이란 답변에 따라 바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후 ‘턱관절 전문’처럼 세부 진료 분야의 ‘전문’ 표시를 놓고 다시 논란이 생겼다. 올해 4월 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그 결과에 따라 16일 조치를 취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다른 포털 업체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내 1위 포털 업체인 네이버가 규제에 나섰기 때문에 다른 포털 업체들도 따라오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샘물·김상훈 기자 evey@donga.com
#네이버#비전문병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