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참사 추모벽’ 정부 주도로 건립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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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14-세로11-높이2m 사각형 구조물, 디자인 확정… 서울서 제작후 이송

1983년 10월 9일 미얀마 양곤의 아웅산 국립묘지. 미얀마를 방문한 전두환 대통령의 묘지 참배를 앞두고 현장을 취재하던 동아일보 이중현 사진기자(사진)는 카메라 상태를 점검했다. 이어 미리 도착한 외교사절단의 준비 상황을 분주히 취재했다.

전 대통령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단상에 설치돼 있던 폭탄이 터졌다. 북한이 보낸 암살단의 폭탄 테러였다. 이 기자는 자신의 기자혼(魂)이 고스란히 담긴 카메라를 든 채 그 자리에서 순직했다. 사망자 17명 중 유일한 민간인이었다.

정부가 올해 이 사건의 30주기를 맞아 미얀마의 사건 현장 인근에 설치하기로 한 추모 조형물의 디자인을 확정하고 제작 등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두께 60∼70cm의 회색 벽을 가로 14m, 세로 11m, 높이 2m로 빙 둘러친 사각형 구조물로, 내부 공간은 264m²(약 80평)에 이른다. 한쪽에는 작은 문을 달아 추모객들이 안에서 벽을 따라 돌 수 있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는 “경건하게 추모할 수 있도록 내부에는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형물은 서울에서 제작한 뒤 컨테이너로 실어 옮길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는 10월 9일 제막을 목표로 미얀마 측과 관련 양해각서(MOU) 체결 등 필요한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순국 17인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 건립 논의는 군부독재 국가이던 미얀마가 민주화에 나서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면서 지난해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당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함께 방한한 운나 마웅 르윈 미얀마 외교장관에게 이를 공식 요청하면서 양국 간 협의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총 4억여 원이 들어가는 추모 조형물 건립에는 외교부와 국가보훈처가 각각 5000만 원과 3000만 원의 예산을 배정해놓은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세종재단 예산이나 민간 모금에 비해 정부 예산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있어 정부 예산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아시아태평양 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8∼22일 태국을 방문해 회의에 참석한 미얀마 고위 인사들과 면담하고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아웅산#추모 건립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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