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정원 직원 정치개입”… 댓글 여직원 등 3명 기소의견 檢송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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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팀 꾸린 檢, 조만간 국정원 압수수색 나설듯

국가정보원 여직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국정원 직원이 국내 정치에 사실상 관여했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은 수사 128일 만인 18일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경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는 없다”고 밝혔고 야당은 “정치적 수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원세훈 전 국장원장을 수사하는 등 국정원 관련 모든 의혹을 철저히 규명할 방침이다. 원 전 원장 소환과 국정원 압수수색이 불가피해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 국정원 조직적 개입 있었나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해 8월부터 대선 직전인 12월 11일까지 좌파 성향의 웹사이트 ‘오늘의 유머’와 중고차 매매 사이트 ‘보배드림’ 등에 정치적으로 보수적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올린 김모 씨(29·여)와 이모 씨(39) 등 국정원 직원 두 명을 국정원법(정치관여 금지)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또 김 씨에게 다수의 ID를 건네받아 글을 올린 공범 이모 씨(42)도 같은 혐의로 송치했다. 두 차례 경찰 출석 요구에 불응한 국정원 심리정보국장 A 씨에 대해서는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야당 당원들과 대치했던 김 씨와 더불어 송치된 39세 이 씨에 대해 경찰은 국정원 직원임을 100% 확신한다고 밝혔지만 국정원 측은 “직원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42세 이 씨는 김 씨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3명이 지난해 8월 말부터 대선 직전인 12월 초까지 올린 글 400여 개 중 100여 개가 정치 관여 혐의를 받고 있다. 100여 개의 글 중 4대강 사업, 국가보안법 등과 관련해 야당, 좌파성향 단체의 주장을 비판하는 글이 대다수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여당 정책을 옹호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찰 조사에서 김 씨 외에 다른 직원까지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원 전 원장의 지휘 아래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의 추가 가담 사실이 드러나 심리정보국장을 소환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며 “아직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수사 관계자는 “조직 차원의 개입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김 씨가 대북심리전 활동을 하던 중 북한을 옹호하는 글을 보고 흥분해 개인적으로 게시글을 단 것인데 경찰이 국정원법 위반으로 단정했다”며 “이번 일로 국정원의 종북행위 감시 업무가 위축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 야당 “정권 눈치 본 정치적 결론”

경찰은 이들이 쓴 글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광석 수서경찰서 서장은 “게시글과 댓글에 단 추천, 반대가 공직선거법상 선거 관여에 해당하는 적극적인 의사표시로 보기 어렵다”며 “특정인을 낙선시키거나 당선시키기 위한 행동인 선거운동 정의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 씨가 새누리당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인터넷에서 찬반 의견을 표시한 행위는 혐의 사실에 포함하지 않았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통합당은 “경찰이 정권 눈치 보기와 늑장 수사로 엉뚱한 결론을 냈다”며 “불법 선거 개입을 했는데 국정원법만 어기고 선거법은 어기지 않았다는 황당한 발표 역시 정치적 결론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은 진상 규명을 위해 특별수사팀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채동욱 검찰총장은 “국정원 관련 의혹사건은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사건인 만큼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특별수사팀은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뿐 아니라 민주당과 시민단체가 고소·고발한 원 전 원장 사건을 포함해 국정원에 관련된 10여 건을 함께 수사한다. 특별수사팀은 이진한 2차장이 총괄 지휘하고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팀장을 맡는다. 그 외 박형철 공공형사수사부장과 검사 6명(공안부 3, 특수부 1, 첨단부 1, 형사부 1명), 수사관 12명 외 디지털포렌식(과학수사) 요원 등 수사지원 인력 10여 명이 참여한다. 특별수사팀은 경찰이 넘긴 기록을 검토한 뒤 국정원 압수수색과 원 전 원장 소환조사 등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박훈상·조동주·최예나 기자 tigermask@donga.com
#국가정보원#대선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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