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어린이병원 2주째 ‘반쪽 진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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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의료진 없어 파견 외래진료… 응급센터도 못열고 곳곳 공사중

“어린이 전문병원 맞나요?”

김모 씨(39·여)는 최근 대구 북구 학정동 칠곡경북대병원 옆 대구어린이병원을 찾았다가 실망했다. 그는 “괜히 왔다가 시간만 낭비했다”고 혀를 찼다.

지난해 10월 완공한 대구어린이병원이 개점휴업 상태다. 9월 정식 개원 때까지도 의료진과 장비를 제대로 갖추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 경북지역 어린이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건립한 이 병원은 지난달 29일 문을 열었지만 현재 1층 외래(치료)센터만 업무를 보고 2∼4층은 비어 있다. 자체 의료진이 없어 경북대병원(중구 삼덕동) 의사 2, 3명이 날짜를 정해 오가며 ‘반쪽 진료’를 하고 있다.

120개 병상을 비롯해 소아중환자실, 신생아 집중치료실, 재활치료실 등 핵심 시설은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외과 내과 정형외과 흉부외과 등 20여 개 진료과조차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1층의 응급센터마저 비어 있다. 일부 공간은 아직 공사조차 끝나지 않아 천막으로 가려 놓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하루 평균 환자가 10여 명에 불과하다. 시내권에 비해 접근성도 떨어진다. 병원 관계자는 “삼덕동 본원에는 공간이 없어 불가피하게 여기 지었고 의료장비는 구입하고 있다”고 했다.

어린이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신생아와 어린이를 위해 추진하는 전문병원. 기존의 대학병원 등이 성인 중심으로 설계돼 어린이 환자 치료가 불편하다는 판단에서다. 경북대 강원대 전북대 병원 등 3곳이 지정됐다.

어린이 환자는 혈관이 약해 특수 주사기를 사용해야 하는 등 성인보다 3배가량 치료비가 더 들어가고 의료진도 더 필요하다. 어린이 환자가 많을수록 병원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어 민간병원보다 공공의료기관이 시급한 편이다. 대구어린이병원은 정부가 지원하는 300억 원으로 건립했다.

운영을 맡은 경북대병원은 2010년 칠곡 제2병원과 노인전문병원, 암 센터 등을 건립하면서 의료진 등 전체 인력 조정에 혼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어린이병원에 필요한 직원 100여 명을 확보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병원 측은 예산을 확보해 인력과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병원 관계자는 “우선 50∼60명을 배치하고 보건복지부에 증원을 요청해 정상적인 개원식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어린이병원#칠곡경북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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