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왜 고생하느냐” 묻자 “그냥 한다”… 제주국제울트라마라톤 뛰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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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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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맨들, 초속20m 비바람 뚫고 50∼200km 인간한계에 도전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울트라 마라토너들이 동이 트기 직전 제주시 탑동광장에서 출발했다. 기온이 떨어지고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참가자들은 힘겨운 레이스를 펼쳤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울트라 마라토너들이 동이 트기 직전 제주시 탑동광장에서 출발했다. 기온이 떨어지고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참가자들은 힘겨운 레이스를 펼쳤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최악의 기상 조건에서 온전히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강풍을 동반한 비를 견디기 위해 비옷으로 몸을 감쌌지만 이리저리 찢겨 나갔다. ‘왜 이리 힘든 고생을 하느냐’는 질문에 울트라마라토너들은 그저 빙긋이 웃으며 답을 대신하거나 “그냥 한다”는 말로 싱겁게 대답했다. 울트라마라톤은 마라톤 정규거리 42.195km 이상 달리는 경기로 해마다 도전자가 늘고 있다.

6일 오전 제주 제주시 탑동광장. 출발 신호음과 함께 ‘제12회 제주국제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건각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달렸다. 이번 대회는 국제울트라러너스협회(IAU) 100km 세계선수권대회를 겸해 열렸다. 경기는 50km, 100km, 200km 등 3개 부문에서 이뤄졌다.

○울트라마라톤 뛰어보니

이들 경기 외에 제주시 탑동광장을 출발해 한라산을 두 번 오르내린 뒤 월드컵경기장까지 뛰는 한라산 트레일런 80km 부문은 기상 악화로 취소됐다. 트레일런 부문 참가를 신청했던 기자는 50km로 종목을 바꿔 달렸다.

온통 먹구름이었다. 태양은 제시간에 떠올랐지만 얼굴조차 비치지 못한 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길가에 핀 애기달맞이꽃, 노란 염주괴불주머니는 강풍에 몸을 떨었다. 빗방울은 얼굴과 몸을 사정없이 때렸고 파도는 굉음을 내며 집어삼킬 듯이 달려들었다. 비옷을 챙겨 입었지만 달린 지 1시간이 채 되지도 않아 속옷까지 흥건히 젖었고 냉기가 뼛속까지 전해졌다. 달리면서 몸이 달궈지기는 했지만 찬 기운을 없애기는 역부족이었다.

뛰고, 걷고를 반복하다 골인지점을 앞두고 체력이 바닥났다. 7시간이라는 제한시간 이내 겨우 골인했지만 다리 곳곳에서 통증을 느꼈다. 100km, 200km 도전자들은 그다지 힘든 기색 없어 유유히 지나쳐 레이스를 이어갔다. ‘달리는 도정 홍보맨’으로 유명한 제주도 공무원 이지훈 씨(52·5급)는 7회 연속 200km 완주 도전에 나섰고 군인인 이장부 씨(23)는 최연소로 100km에 도전했지만 75km 지점에서 포기했다. 200km는 시간당 최소 6km를 달려야 제한시간인 34시간 이내에 골인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레이스다.

○명품 대회를 기약

이번 대회는 최악의 기상 조건을 만났다. 초속 20m를 오르내리는 강풍 속에 기온도 뚝 떨어졌다. 나뭇가지가 강한 바람에 꺾여 도로에 나뒹구는 등 태풍에 맞먹는 수준이었다. 일부 해외 참가자들은 남북 긴장 국면이 발생하자 참가를 포기해 참가자는 당초 21개국 624명에서 556명으로 줄었다. 완주율은 50km 54%, 100km 44%, 200km 17%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기상 조건이 좋지 않았지만 해안을 도는 제주의 울트라마라톤 코스는 해안절경과 산, 오름을 한눈에 즐길 수 있는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형형색색으로 바뀌는 바다 풍경은 다른 코스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최고의 선물이다. 마을 안길을 지나기도 하고 농부가 땀을 쏟는 밭담을 벗 삼아 달릴 수 있다.

대회를 주최한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정창순 회장은 “외국인 선수들이 제주의 자연과 코스를 보고 세계 어느 코스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칭찬한다”며 “해마다 국내외 선수들의 참가가 늘어나고 있어 대회 준비를 보다 착실히 하면 세계 명품 대회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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