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한국서 영어캠프… 처음엔 살짝 걱정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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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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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영어마을 국제교류캠프

26일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에서 태국 일본 한국 학생들이 섞여 쇼핑 영어를 배우고
있다. 파주캠프에는 최근 비영어권 외국인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영어를 배우기 위해
많이 찾고 있다.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 제공
26일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에서 태국 일본 한국 학생들이 섞여 쇼핑 영어를 배우고 있다. 파주캠프에는 최근 비영어권 외국인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영어를 배우기 위해 많이 찾고 있다.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 제공
“한국에 영어 배우러 간다니까 처음에는 가족들이 웃었어요. 저도 처음엔 제대로 배울 수 있을지 걱정했어요.”

태국에서 온 키티야 양(15·9학년)은 수줍은 듯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옆에서 대화 내용을 듣고 있던 또래 친구도 비슷한 말을 쏟아냈다.

26일 오후 경기 파주시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의 한 교실. 30여 명의 학생이 70m²(약 21평) 남짓한 교실에 둘러앉아 원어민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을 듣고 있었다. 강사의 설명을 잠시 들은 후 주어진 금액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역할극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판매원과 고객으로 나뉘어 리스트에서 팔아야 할 물건과 사야 할 물건을 확인하고 영어로 더듬더듬 흥정을 시작했다. 몇 마디나 오갔을까. 말문이 막히고 이내 손짓 몸짓을 더해 의사를 표현했다. 하지만 상대방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만 갸웃했다. 답답한 마음에 “음” “어”만 되풀이하더니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태국 일본 한국 등 3개 나라 중고교생이다. 국적이 서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수업하고 생활하는 ‘국제교류 캠프’에 참가한 것이다. 10명의 태국 학생은 마하사라캄 국립대 부설 고교 학생들로 방학을 맞아 3주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에서 온 수강생은 나고야 오사카 나리타 등 3개 지역에서 선발돼 4박 5일 일정으로 온 중학생 10명이다. 한국 학생 10명은 파주 세경고에서 선발됐다.

태국 일본에서 온 이들은 파주캠프 안에서 먹고 자면서 프로그램에 따라 원어민 강사로부터 영어를 배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에 5∼7개 프로그램을 소화한다. 1주 평균 40시간 강의를 받는 빡빡한 일정이다. 수업은 영어만 써야 되고 놀이와 체험 방식으로 진행된다. 직접 요리를 하면서 영어 표현을 익히기도 하고 팀을 나눠 퀴즈도 풀어본다. 주어진 사례를 다른 두 처지에서 협상해 보는 등 학생의 흥미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수업하고 있다. 주말이면 서울 인사동, 명동에 나가 한국 문화도 배우고 쇼핑도 즐긴다. 영어 뮤지컬, 태권도 공연도 보고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도 탄다. 도쿄에서 온 나고야 유키 군(15·중3)은 “일본에는 이런 방식으로 교육하는 영어캠프가 거의 없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다양한 상황에서 재미있게 배우니까 영어가 쉽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파주캠프 국제교류 캠프를 찾은 비영어권 외국인은 모두 1000여 명. 일본 태국 러시아 대만 프랑스 등 국가도 다양하다. 얼마 전에는 러시아 일본 태국의 현직 영어교사 30여 명이 이곳에서 한국 영어교사들과 함께 일주일간 연수를 받았다. 파주캠프는 올해 비영어권 외국인이 2000명 넘게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주캠프의 장점은 저비용 고효율. 1주 기준으로 먹고 자고 배우는 데 1인당 40만∼50만 원에 불과하다. 인증 받은 원어민 강사에게서 좋은 발음으로 살아있는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부터 초등학교 영어 교육이 실시되면서 영어 연수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일본 국내보다 파주캠프에서 배우는 것이 훨씬 저렴해 교사와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태국 등 동남아의 경우 필리핀으로 영어 연수를 많이 갔지만 필리핀에선 원어민 강사를 찾기 힘든 데다 파주캠프가 영국 미국의 교재로 가르치고 프로그램도 비영어권 학생에게 최적화돼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파주캠프 역시 국내 수요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박리다매로 많은 외국인을 유치하는 것이 이곳의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수강료가 너무 저렴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지만 2009년 국제교류 캠프를 시작한 이후 매년 수익이 늘고 있어 영어캠프의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되고 있다.

예창근 파주캠프 총장은 “예전에는 주로 한국인 학생이 단체로 들어와 수업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비영어권 학생이 많이 오고 있다”며 “영어를 배우는 것이 목적이지만 여러 나라 또래 학생들이 섞여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영어캠프#영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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