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산 반구대 암각화 ‘50년 물고문’ 해방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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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靑업무보고때 보존대책 중점 건의
사연댐 수위 조절이 관건… 市-경북도는 난색

문화체육관광부가 28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책을 건의할 것으로 알려져 최종적인 ‘해법’이 나올지 주목된다. 이날 보고회에 배석하는 변영섭 문화재청장은 암각화 보존에 무게를 두어온 학자 출신. 울산시와는 다른 주장을 폈다. 이번 업무보고를 계기로 반구대 암각화가 50년 ‘물고문’에서 해방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보존 대응팀 구성

문화재청 업무보고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이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문화재청은 자체 직원들로 긴급대응팀을 꾸리고, 국토해양부 기획재정부 울산시 등 관계 부처 인사들로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 추진대책협의회’를 만드는 등 2개 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암각화 보존 대책은 문화재청을 중심으로 수립하고, 울산 물 공급 대책은 관련 부처와 협의하겠다는 것. 고려대 미술사학과 교수 출신인 변 청장은 이달 초 암각화를 둘러본 뒤 “한반도 역사의 첫 페이지, 우리 문화재의 맏형이 사라지고 있다. 하류의 사연댐 수위를 낮춰 암각화 보호 조치를 즉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재청장 취임사에서도 “문화를 말하면서 문화에 무지한 이 시대 후손의 불찰로, 긴 세월 물고문에 시달리며 무너져 내리는 국보 문화재가 있다는 사실을 과연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반구대 암각화 문제가 가르쳐준 교훈을 거울로 삼자”라고 강조했다. 변 청장의 명함에도 반구대 암각화 탁본이 새겨져 있다. 그는 2011년 5월에는 울산대 반구대 암각화 보존연구소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 연구소는 사연댐 수위를 먼저 낮출 것을 촉구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및 유네스코 등재’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 해법은 ‘백가쟁명’

사연댐 수위를 먼저 낮추자는 보존 방안은 문화재청과 문화계, 학계 등에서 꾸준히 주장해온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 하류에 위치한 사연댐의 수위를 암각화 침수 수위(해발 52m) 이하로 낮추자는 것. 하지만 울산시는 “사연댐 수위를 낮추면 댐 기능을 상실해 울산 시민의 식수가 부족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시는 “최근 수리모형실험 결과 수위를 낮출 경우 물 흐름이 빨라져 암각화 훼손을 가속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며 “암각화 앞에 생태제방을 쌓아 물길을 우회시키는 방안이 최적”이라고 주장했다. 시는 조만간 이 안을 문화재청에 건의하기로 했다.

사연댐 수위를 낮추고, 모자라는 물은 다른 지역에서 끌고 오는 방안도 2009년 검토됐다. 당시 정부는 사연댐 수위를 낮출 경우 모자라는 물은 경북 청도 운문댐에서 하루 7만 t씩 지하관로를 매설해 끌어오고 공업용수댐인 울산 대암댐을 생활용수댐으로 전환해 하루 5만 t 등 총 12만 t을 충당하기로 했다. 이 계획은 경북 주민들의 반대와 경제성이 낮다는 용역 결과에 따라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경북지역에 맑은 물 공급을 보장한다면 언제든지 추진될 수 있는 방안이다. 선사시대 바위그림인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 때문에 연간 8개월 이상 물에 잠겨 훼손되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울산 반구대 암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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