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도심 속 흉물 의류수거함 통째 바꾼다

  • Array
  • 입력 2013년 3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시내 2만4000개 난립해 민원 급증… 서울시-자치구 일제 정비 나서

서울 지자체들이 도심의 흉물로 전락해 시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의류수거함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동구는 지난해 6월 
장애인단체 등이 불법 설치했던 의류수거함(왼쪽)을 모두 철거하고 통일된 새 디자인의 의류수거함을 설치했다. 강동구 제공
서울 지자체들이 도심의 흉물로 전락해 시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의류수거함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동구는 지난해 6월 장애인단체 등이 불법 설치했던 의류수거함(왼쪽)을 모두 철거하고 통일된 새 디자인의 의류수거함을 설치했다. 강동구 제공
1월 20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빌라 앞 도로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도로변에 방치돼 있던 의류수거함이 발화 장소였다. 소방 관계자는 근처를 지나던 시민이 끄다 만 담배꽁초를 수거함에 던져 불이 난 것으로 화재 원인을 추정했다.

도로변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의류수거함 가운데 상당수가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민간단체는 물론이고 일부 재활용 업자들이 단체 명의를 빌려 설치한 의류수거함은 주변이 쓰레기 무단 투기장으로 변하거나 때로 화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서울 강동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한참 문제가 될 때엔 의류수거함과 관련해 50일 동안 380건의 민원이 폭주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서울시가 파악한 서울시내 의류수거함은 모두 2만4000여 개. 일부 지역에선 의류수거함 설치를 두고 일부 단체 간 폭행 사태나 법적 분쟁까지 이어지는 ‘영역 싸움’도 일어났다. 시 관계자는 “의류는 분류 과정을 거치기 전에도 kg당 500∼600원 정도에 거래돼 재활용쓰레기 중 가장 고가”라고 말했다. 폐지나 고철은 각각 kg당 200원 수준이다. 시에 따르면 서울에서만 한 해 4만 t가량의 의류가 수거돼 재활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 관계자는 “수거된 헌 옷 중 상태가 좋은 것은 국내에서 구제 의류로 팔리지만 최근에는 동남아나 아프리카 등지로 수출되는 물량이 많다”고 말했다.

의류수거함 난립으로 도시 미관을 해치고 주민들의 민원이 늘어나자 서울시와 지자체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각 구청에 공문을 보내 의류수거함을 일제히 정비하고 색상 및 디자인을 통일할 것을 권고했다.

시의 협조 요청에 앞서 자체적으로 정비에 나선 곳도 있다. 관악구는 지난해 조례를 개정해 의류수거함도 구두수선점과 마찬가지로 구의 허락을 받고 설치하는 ‘허가제’로 바꿨다. m²당 연간 토지 가격의 0.7%에 해당하는 금액을 점용료로 물리기로 했다. 구 관계자는 “의류 수거가 자원을 재활용하고 지원이 필요한 단체의 자활을 돕는 순기능이 있기 때문에 양성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는 올 초 개인 사업자를 배제하고 장애인단체와 보훈단체 등에만 의류수거함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줬다. 이 결과 관내 2000개에 육박하던 의류수거함이 1600개로 줄었다.

강동구와 노원구 동대문구 등도 의류수거함 운영을 해왔던 장애인협회·특수임무유공자회 등과 협약을 맺고 불법 설치된 관내 의류수거함을 철거하고 통일된 디자인의 새 의류수거함으로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의류수거함도 30∼50%가량 줄었다. 강동구 관계자는 “장애인복지협의회에 관리 위탁을 맡겼으며 앞으로 이 단체를 사회적 기업으로 육성해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익금 중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자치구에서는 불법 의류수거함을 철거하는 구청과 이를 다시 설치하는 업자들 간에 숨바꼭질도 벌어지고 있다. 서초구는 지난해 대대적으로 의류수거함 철거 작업에 나서 전체의 90%가량인 1000여 개를 철거했지만 다시 500∼600개가 생겨났다. 구 관계자는 “목이 좋은 곳은 아무리 철거를 하더라도 밤에 몰래 다시 설치되곤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의류수거함#서울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