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최소용돈, 최대만족… 불량식품 ‘무한사랑’ 초등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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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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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기호식품 찾아 원정 떠나는 초등생들
용돈 넉넉지 않은 반면, 기호식품 가격 점점 올라
자신이 원하는 저가 기호식품 위해 그린푸드존 밖 상가 이용도 다반사

20일 오후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초등학생들이 군것질거리로 저가 기호식품을 고르고 있다. 문구점 주인은 “문구점을 찾는 초등생 10명 중 8, 9명은 500원 이내의 기호식품을 산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초등학생들이 군것질거리로 저가 기호식품을 고르고 있다. 문구점 주인은 “문구점을 찾는 초등생 10명 중 8, 9명은 500원 이내의 기호식품을 산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앞 슈퍼 겸 문구점. 오후 2시부터 한 시간 동안 이 문구점을 찾은 초등생 20여 명은 대부분 동전 몇 개를 들고 저가 기호식품(속칭 ‘불량식품’) 코너를 서성이다 100∼500원대를 사서 입에 물고 문방구를 나섰다.

일반슈퍼에서 판매하는 각종 음료수와 과자, 빵 등 웬만한 간식거리도 함께 판매하고 있었지만 냉장고를 열어보거나 일반 과자류 코너를 쳐다보는 학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저가 기호식품의 종류는 20여 가지. 주로 ‘쫄’ ‘쫀’ 등 글자가 들어간 긴 모양의 젤리, ‘달○○’ 등 비닐튜브형 식품, 속칭 ‘라면땅’으로 불리는 라면맛 과자의 인기가 여전했다.

초등 6학년 이모 군(12)은 “문구점에서 파는 저가 식품에 들어간 색소나 첨가물이 건강에 안 좋을 수 있다는 교육을 종례시간에 종종 받지만 용돈 500원으로 몇 개씩 살 수 있고 ‘설탕’보다도 달콤한 그 맛이 생각나 계속 사먹게 된다”고 했다.

같은 학년 이모 양(12)은 “용돈이 많다면 진짜 좋아하는 1000원짜리 캔 음료나 긴 원통에 든 2500원짜리 감자 칩을 사먹겠지만 한 주에 기본 1000원인 내 용돈으로는 100∼200원짜리 ‘달고나’ 정도밖에 못 사먹는다”고 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날씨도 따뜻해지면서 집이나 학원을 향할 때 군것질거리를 찾는 초등생이 점차 늘어나는 때다. 먹고 싶은 음식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1000원 한 장을 빠듯하게 쪼개어 써야 하는 용돈 규모로는 구입할 수 있는 식품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은 게 초등생들의 고충.

‘최소 용돈’으로 ‘최대 만족’을 얻기 위해 애쓰는 초등생들의 먹거리 구하기 현장을 들여다봤다.

불량식품 가격상승에 ‘고민’…‘엄마의 동심’ 이용하기도

초등생들은 편의점보다는 학교 앞 문구점이나 분식집을, 대형 제과업체 음료수나 과자보다는 중소업체의 500원 이하 저가 기호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나마 몇몇 인기 기호식품의 경우 1, 2년 사이에 가격이 최대 두 배 가까이 올라 이를 즐겨 찾던 초등생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최고 인기 품목 중 하나였던 ‘쫄쫄이’는 얼마 전 300원에서 500원으로 가격이 오르자 학생들의 ‘기호’가 비슷한 종류의 200∼300원대 식품으로 ‘기호’가 옮겨갔다는 게 문구점 주인의 전언.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앞 문구점 주인 A 씨는 “일부 학생들은 부모가 ‘추억의 불량식품’을 좋아하는 심리를 이용해 문구점에 엄마 손을 잡고 와 평소 자신이 사지 못했던 500원짜리 기호식품을 20∼30개씩 묶음으로 사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불량식품’ 사먹기 위해 그린푸드존 밖으로 원정?

초등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군것질거리를 사먹기 위해 그린푸드존(학교 반경 200m 이내에서 건강 저해식품, 불량식품 판매 행위를 금지한 식품안전보호구역) 밖으로 ‘원정’을 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린푸드존 내 문구점에선 색소 함량, 유통기한, 첨가물 등 의무표기항목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식품을 팔거나 슬러시, 어묵 등 자체 제조음식을 판매할 수 없지만 나머지 지역의 문구점에서는 이러한 식품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

초등 6학년 길모 양(12·서울 노원구)의 경우 500원짜리 포도맛 슬러시를 사먹기 위해 학교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까지 가는 일은 예사. 그는 “내가 찾는 100∼200원짜리 기호식품을 사먹기 위해 학교에서 도보로 10분이 걸리는 상가까지 간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린푸드존의 본래 취지는 유명무실해지고 학교 앞 문구점의 운영만 더 어려워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앞 문구점 주인 B 씨는 “그린푸드존 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학생들은 결국 원하는 기호식품을 어디서든 찾아 사먹는 게 현실”이라면서 “안그래도 ‘준비물 없는 학교’ 정책이 도입된 뒤로 문구류 판매가 줄어 운영이 어려운데 기호식품 판매 규제 대상으로 묶여 슬러시 같은 ‘돈 되는’ 먹거리를 팔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피자 한 판’ 위해 10명이 모금…‘저축’ ‘계’ 전략도

저가 기호식품을 달고 사는 초등생들의 ‘꿈의 기호식품’은 햄버거, 피자, 치킨 등 패스트푸드나 떡볶이, 닭강정 등 매콤한 분식류.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 앞 분식집 주인 C 씨는 “초등생들은 한 컵에 1000원인 ‘컵 떡볶이’ 가격이 부담 되는지 ‘700원어치만 주세요’라며 알뜰하게 돈을 쓴다”고 전했다.

보통 2000원을 넘는 패스트푸드는 친구들끼리 ‘모금’ ‘계’ ‘저축’ 등의 전략으로 사먹는다. 초등 6학년 정모 양(12·경기 용인시)은 “햄버거를 먹고 싶을 때는 친구 서너 명이 돈을 모아 2000원을 만든 뒤 햄버거를 할인해서 파는 특정시간에 가서 사먹는다”며 “직장 다니는 엄마에게서 용돈을 하루 5000원씩 여유 있게 받는 친구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10명이서 며칠을 두고 모금을 해 5000원짜리 피자 한 판을 사먹는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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