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시-강남구, 구룡마을 개발방식 놓고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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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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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사업비 절감 위해 땅 일부 환지 필요”
구청 “공영개발 위배… 투기꾼 배만 불려”

서울 강남의 대표적 무허가 판자촌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이 마을은 2011년 공영개발을 하기로 결정됐지만 최근 토지 보상 방식을 두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갈등을 빚고 있다. 동아일보DB
서울 강남의 대표적 무허가 판자촌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이 마을은 2011년 공영개발을 하기로 결정됐지만 최근 토지 보상 방식을 두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갈등을 빚고 있다. 동아일보DB
서울의 대표적인 판자촌인 강남구 개포동의 구룡마을.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도시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갈 곳을 잃은 철거민들이 하나둘씩 이주해 마을을 이뤘다. 무허가건물 400여 채에 1250가구 2500여 명이 모여살고 있다. 강남 부촌의 상징인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불과 1.5km 남짓 떨어져 있지만 다른 동네 사람들은 골목길에서 길을 잃을 정도로 판잣집이 미로처럼 연결돼 있는 곳이다.

구룡마을의 재개발 이야기가 나온 건 1990년대부터다. 일부 토지주와 민간 건설사 등이 강남의 노른자위 땅을 민영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서울시는 개발이익의 공공환수를 명분으로 들어 허가해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11년 4월 시가 주도하는 공영개발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 개발 계획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서울시는 구룡마을 터에 임대아파트 1250채와 일반분양 아파트 1500여 채 등 2800여 채의 아파트를 짓고 주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시설을 마련해 자족형 마을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공영개발 방식 확정 뒤에도 민영개발을 추진했던 토지주와 주민들은 서울시의 방침에 반발해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시는 지난해 6월 서울시가 토지주들에게 땅을 수용하면서 현금을 주는 대신 사업용지 내에 일부 토지로 바꿔주는 ‘환지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시의 계획대로라면 기존 토지주들은 전체 용지 28만 m²의 18%인 5만여 m²를 받게 된다. 토지주들은 이 땅을 이용해 민영개발을 하고 나머지 82%는 시가 공영개발을 하는 것이다.

시는 환지 방식을 통해 사업 시행주체인 SH공사가 4000억 원의 보상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성보 서울시 도시정비과장은 “환지 방식으로 초기 투자비를 줄이면 거주민의 재정착을 위한 임대보증금을 13%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개발 방식에 대해 20일 강남구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강남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환지 방식의 보상은 공영개발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속도를 내던 구룡마을 개발 사업이 다시 한 번 멈춰 서게 된 것이다.

강남구는 환지 방식이 현 토지 소유자들에게 과도한 개발이익을 준다고 보고 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가 거주민의 주거지 마련과 투기세력 차단이라는 구룡마을 개발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며 “시가 구청과 협의 없이 환지 방식을 결정한 것에 대해 검찰 수사도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구는 시행자인 SH공사의 환지 요청을 승인하지 않을 방침이다. 신 구청장은 “차라리 현재 판잣집 거주자들에게 다른 지역에 임대아파트를 마련해 주고 구룡마을을 녹지와 공원으로 보존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주민과 토지주들은 강남구의 환지 방식 불가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임무열 구룡마을 지주대표는 “30년 동안 재산권이 묶여 왔던 사람들에게 땅을 돌려주는 게 왜 특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귀범 주민자치회장은 “대다수 토지 소유주는 물론이고 현 판자촌 거주민들도 찬성하는 환지 방식을 신 구청장이 반대한 것에 대단히 배신감을 느낀다. 우리 같은 사람은 집도 못 갖느냐”고 말했다. 이곳 거주민 중 400여 명은 2000년대 초 민영개발에 동의해 주는 조건으로 대토지 소유주 정모 씨에게서 10평씩 땅을 받았다. 당시 땅을 받은 주민들은 환지 방식으로 민영개발을 하면 임대아파트 입주권 대신에 일반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구룡마을#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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