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자율고 ‘지역사회 공헌 모델’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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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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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등 4곳서 개교 추진

모든 학생이 두 종류의 예체능 활동에 참여하는 ‘1인 2기’는 하나고의 간판 교육 프로그램이다. 서양화 수업(왼쪽)과 그래픽디자인 수업을 듣는 학생들. 하나고 제공
모든 학생이 두 종류의 예체능 활동에 참여하는 ‘1인 2기’는 하나고의 간판 교육 프로그램이다. 서양화 수업(왼쪽)과 그래픽디자인 수업을 듣는 학생들. 하나고 제공
하나고에 이어 대기업이 직접 세우는 자율형사립고가 잇달아 개교를 준비하면서 자율고 설립이 새로운 ‘지역사회 공헌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자율고가 들어서면 지역주민들은 자녀들에게 차별화된 교육을 시키고, 기업은 임직원의 자녀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14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대기업이 투자해 개교할 예정이거나 설립을 추진하는 자율고는 전국에 총 4곳. 삼성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삼성 계열사 4곳이 함께 출연해 만든 은성학원은 충남 아산시 탕정산업단지 주변에 은성고(가칭)를 설립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학교법인 설립 인가를 마쳤고 2014년 3월 문을 열기 위해 건물 공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2015년 송도국제도시 안에 자율고를 세운다. 포스코교육재단은 지난해 12월 인천시교육청과 자율고 설립에 관한 협약을 맺고 학생 선발 등 세부 운영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이 밖에 현대제철과 한국수력원자력은 각각 충남 당진시와 경북 경주시에 자율고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해당 도교육청에 제시했다. 한수원 측은 “본사가 경주로 이전할 예정이라 이곳에 자율고를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대기업의 자율고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2010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기업의 자율고는 교육감의 승인을 얻어 입학정원의 일정 비율까지 임직원 자녀를 뽑을 수 있도록 했다. 은성고의 경우 입학정원의 70%까지 삼성 임직원 자녀로 충원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아산시 탕정산업단지에 삼성 계열사 직원만 4만여 명인데 학교 문제로 자녀를 서울에 두고 ‘기러기 아빠’로 지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특히 기업이 재직자 자녀를 위해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개발하면 지역과 기업의 특성을 살린 자율적인 학교 모델이 생겨날 수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사립학교의 모델을 창출하고 질 높은 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 시도교육청과 지역주민들도 긍정적이다. 대기업이 학교 신설을 대신 맡으면 학교설립 예산과 재정결함보조금 절감액을 다른 일반고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교육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고등학교 2곳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에서 삼성이 1곳을 세워줘 보조금 등 지원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임직원 자녀비율을 높이고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길 원하는 기업 측과 지역학생 선발 확대를 원하는 지역주민 간의 견해차는 조율해야 한다. 기존 자율고의 임직원 자녀 입학비율은 포항제철고 60%, 하나고 20% 수준이다.

자율고 설립에 앞서 학생을 충분히 모을 수 있는지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충원 문제 등을 고려할 때 혁신도시, 세종시 등 지속적으로 인구가 유입되는 곳이 기업들이 자율고를 세우기에 적합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김철중·김희균 기자 tnf@donga.com
#자율고#하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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