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금연계획 안녕하십니까]<상> 금연 실패의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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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한달… 여성-10대 절반 금연 실패

흡연 경력 22년째인 회사원 김모 씨(47). 설 연휴가 끝나고 출근한 날 아침, 좋아하지도 않는 자동판매기 커피를 뽑았다. 재떨이가 필요해서다.

김 씨는 1월 1일 금연을 결심했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담배를 다시 손에 들었다. 벌써 10번째 반복되는 ‘작심한달 금연의 추억’이다. 설 연휴까지는 잘 참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마음은 개운치 않다.

김 씨는 동갑내기 아내와 지난해 이혼한 뒤 고3 딸을 혼자 키운다. 딸보기가 부끄러워 올해에는 꼭 담배를 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명절 후유증에 ‘지긋지긋한’ 직장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담배에 손이 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매년 초 금연을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니코틴패치를 쓰고 보건소에서 상담을 받았다. 심지어 금연 펀드까지 가입했다. 모두 헛수고였다. 금연은 정말 불가능할까? 김 씨는 매일 반문한다.

○ 싫지만 끊을 수 없다는 사람들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걸 누가 모르나요? 끊기 힘든 걸 어떻게 합니까?”

연초 ‘한 달 금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의 하소연이다. 남녀 불문, 직업도 불문이다.

전업주부 윤모 씨(32)도 마찬가지. 설을 맞아 시댁을 다녀오자마자 담배를 꺼내 물었다. 새해 금연을 선언한 지 한 달 만의 실패인 셈.

윤 씨는 담배를 피운 지 11년 됐다. 최근 5년간 새해가 되면 금연을 시도했지만 항상 실패했다. 지난해 추석 때는 시어머니에게 담배 피우는 모습을 들켜서 야단맞았다. 그래서인지 이번 금연 결심은 어느 때보다 강했다.

명절 음식이 화근이 됐다. 그는 “시어머니와 하루 종일 전을 부치다 보니 담배 생각이 간절해졌다”고 말했다.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들은 다 변명이라고 하겠지만, 끊고 싶어도 애들 교육문제에, 고부갈등에, 수많은 스트레스 때문에 끊을 수가 없어요.”

연애시절 같이 담배를 피우던 남편은 5년 전 금연에 성공했다. 윤 씨는 집에서 ‘공공의 적’이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 여성·청소년 금연 실패율 높아

한국건강증진재단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국내 흡연율은 평균 27.0%(남성 47.3%, 여성 6.8%). 남성 흡연율은 줄어드는 추세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그리스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청소년 흡연율도 위험 수위. 이 조사에 따르면 남자 고교생의 흡연율은 45%, 여고생은 30%였다.

지난해 9월 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국내 여성 흡연율이 14.5%로 정부 공식통계보다 2배 정도 높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흡연 사실 공개를 꺼리는 여성이 많아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특히 20대 여성의 흡연율은 23%로 나왔다. 네 명 중 한 명꼴로 담배를 피운다는 말이다.

여성과 청소년일수록 금연을 더욱 어려워한다. 건강증진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금연클리닉 이용자의 금연실패율은 남성(44%)보다 여성(51%)과 청소년(51%)이 더 높았다. 전체적으로 평균 45.4%가 금연에 실패했다.

병에 걸려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의 2010년 암 환자 대상 흡연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암 발병 후에도 10%는 흡연을 계속했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담배에 있는 니코틴의 중독성이 높아 금연이 어렵지만 니코틴 중독에 의한 금단 증상은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흡연 욕구가 생기는 순간을 잘 참는 게 금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흡연#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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