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100조 시대 ‘찾아가는 원스톱 복지’ ]<상> 희망복지지원단 도움으로 일어선 김선희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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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비도 생활비도 없어 삶을 포기하려던 순간… 손 내민 ‘원스톱 복지’
창업까지 지원 “이젠 희망”

가정폭력, 남편의 자살, 생활고 등으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던 김선희 씨(오른쪽). 그는 광진구 희망복지지원단의 원스톱 복지 서비스를 통해 재활에 성공해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칼국수 가게를 열었다. 김 씨가 자신을 도왔던 김기순 광진구 희망복지지원단 요원과 손을 맞잡고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가정폭력, 남편의 자살, 생활고 등으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던 김선희 씨(오른쪽). 그는 광진구 희망복지지원단의 원스톱 복지 서비스를 통해 재활에 성공해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칼국수 가게를 열었다. 김 씨가 자신을 도왔던 김기순 광진구 희망복지지원단 요원과 손을 맞잡고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우리 복지 시스템은 덩치가 커진 만큼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중일까. 정부는 사각지대를 없애고 예산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복지전달체계 개편을 추진했다. ‘찾아가는 원스톱 복지’가 모토. 핵심이 희망복지지원단이다. 지난해 5월 출범한 1기가 이달 활동을 마친다. 지원단의 성과와 과제를 2회에 걸쳐 진단한다.

“남편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지난해 5월, 남편의 폭력으로 두개골 골절, 뇌진탕, 근육 파열의 진단을 받은 뒤 입원한 건국대병원에서 김선희 씨(42)는 이 소식을 들었다. 슬픔, 증오, 충격, 공포….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패닉 상태.

몇 시간을 멍하니 있던 김 씨는 뒤늦게 집에 두고 온 아홉 살인 딸 생각이 났다. 남편이 생을 마감한 곳에 딸을 둘 수는 없었다. 당장 병원비와 생활비도 문제였다.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은 주변에 없었다. 김 씨는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가슴속에서 지웠다. 죽어야겠구나 하는 마음만 들었다.

9개월이 지난 현재, 김 씨는 제2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5월 발족한 희망복지지원단(희망단)의 ‘찾아가는 원스톱 복지 서비스’를 통해서다. 김 씨는 어떻게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었을까.

사고 당일 김 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건국대병원 사회사업실을 통해 광진구청 희망단에 전해졌다. 희망단은 즉시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인 ‘행복E음’에 김 씨를 등록하고 전문 ‘사례관리사’를 파견했다. 사례관리사는 먼저 긴급 의료비 지원 절차를 밟았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의뢰해 임시주거지인 스마일 쉼터도 구해줬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을 통해 월 77만 원도 지원받을 수 있게 했다. 김 씨와 딸의 심리치료도 진행했다.

예전 같으면 이 모든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사자가 일일이 해당 기관을 찾아가 복지 서비스를 신청해야 하는데, 입원 중인 김 씨로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희망단이 발족한 뒤 이런 상황이 바뀌었다. 김 씨는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복지제도가 이렇게 잘 갖춰져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희망단은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다시 찾게 해준 요술램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김 씨는 퇴원 후 희망단의 소개로 광진구 지역자활센터가 운영하는 자활사업장에서 직업훈련을 받았다. 협동조합으로부터 6000만 원을 지원받아 칼국수 가게도 열었다. 지금은 월세만 내지만 6개월 뒤부터는 대출금도 갚을 예정. 기초생활수급자에서도 곧 탈출한다.

김기순 광진구 희망단 요원은 “예전 같았으면 의료비만 지원하고 끝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자활에 성공할 때까지 친구처럼 돕고있다”고 말했다.

희망단은 차상위계층과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빈곤상태에 다시 떨어지지 않고 재활을 독려하기 위해 발족한 기관. 대상자를 직접 찾고 수혜자가 가장 절실한 서비스를 연결해 주는 게 목표다. 5일 현재 9만여 가구가 희망단의 원스톱 종합복지 서비스의 혜택을 받았다.

송준헌 보건복지부 지역복지과장은 “정부가 돈을 지원하는 것은 어쩌면 급한 불만 끄는 것에 머물 수 있다. 미래의 복지 패러다임은 잔불 처리를 확실히 하고 발화 원인까지 제거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선 현장에서 일할 요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일선 복지공무원들은 희망단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인력 확충이 필수적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2014년까지 희망단 요원 7000명을 확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서울시의 한 지자체 복지공무원은 “현재의 예산으로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원스톱복지#광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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