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시민도 몰랐던 ‘한국 뇌 연구원’ 기공식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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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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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뇌 무슨 연구라고요? 아니 그렇게 중요한 걸 대구시가 시민들에게 너무 알리지 않은 거 아닙니까.” 5일 한 택시기사는 “한국 뇌 연구원이 대구에 설립되는 걸 아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4일 대구 신서혁신도시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에서 열린 ‘한국 뇌 연구원’ 기공식은 아쉬움을 넘어 실망스러웠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비롯해 김범일 대구시장, 이인선 경북도 정무부지사, 신성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 서유헌 초대 원장 등 몇몇 기관장이 모여 기공식 버튼을 누르는 틀에 박힌 행사를 한 게 전부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뇌 연구원이 대구에서 첫 단추를 끼우는 중요한 일을 이처럼 밋밋하고 감동 없고 매력 없이 해서는 곤란하다. 이 연구원이 국내 유일의 뇌 전문 국책기관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뇌 분야를 과학기술 분야 최대 키워드라고 하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연구원은 대구의 브랜드를 바꿀 큰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뇌 연구원은 2011년 지구촌의 반짝 관심을 모았던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는 차원이 다르다. 육상대회는 이미 뇌의 기억에서 흐릿해졌다. 뇌 연구원은 260만 대구 시민의 뇌를 끊임없이 자극하면서 대구를 두뇌도시로 만들 수 있는 소중한 기반이 될 수 있다. 김범일 시장은 기공식을 앞두고 “‘한국의 두뇌가 대구’라는 브랜드를 만들자”고 했다. 하지만 구호 수준일 뿐 구체적인 계획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떤 근거인지는 모르지만 2018년까지 세계 7대 뇌 연구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거창한 말만 여기저기서 나왔다.

뇌 연구원을 설립하고 연구원을 채용한다고 해서 ‘대구=뇌 도시’가 되기는 어렵다. 뇌는 일부 연구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학교폭력을 인성의 힘으로 막는 것도 뇌에 달려 있다. 2011년 출간돼 화제를 모은 ‘생각의 빅뱅’은 기업인의 뇌 훈련에 따라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대구시는 이제부터라도 뇌 연구와 활용이 낳을 수 있는 다양한 부가가치를 시민과 공유하는 고민을 의욕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행복해지기 위해 성공을 좇는 게 아니라 행복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도 뇌의 작용이다. 한국 뇌 연구원은 대구를 품격 있는 힐링도시로 만들 좋은 기회다. 자신감을 잃으면 뇌까지 작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boriam@donga.com
#뇌 연구원#신서혁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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