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이틀에 한번꼴 안전사고 ‘장작 난방’ 조심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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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농어촌 “기름값보다 싸다” 너도나도 나무보일러
관리 부실에 최근 3주간 화재 8건-가스중독 2건 발생

최근 기록적인 한파로 전남지역 농어촌에서 값싼 나무 땔감 난방이 인기를 끌면서 안전사고가 ‘이틀에 한 번꼴’로 일어나고 있다. 고령화된 농어촌 주민들이 서양식으로 바뀐 주거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무 땔감 난방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사고 발생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남 소방본부가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올해 6일까지 3주 동안 공개한 화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나무 땔감으로 난방을 하다 불이 난 것은 모두 8건. 화로에 숯을 피워놓고 잠을 자다 일어난 가스중독 사고도 2건이었다.

최근 3주 동안 광주전남지역 평균기온은 0.1도로 평년기온 3도보다 2.9도 낮았다. 매서운 한파는 1939년 광주기상청 관측 이래 12월 기온으로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5일 오전 11시경 나주시 봉황면 한 주택에서 나무 땔감으로 사료를 끓이다 불티가 아궁이 주변의 땔감으로 옮겨붙어 불이 났다. 4일에는 영암군 신북면 민속옹기 생산 시설에서 화목보일러 연통이 과열돼 화재가 났다. 지난해 12월 전남에서 발생한 나무 땔감 화재 6건은 아궁이나 화목보일러에서 불티가 번져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나무 땔감으로 인한 화재 증가는 대부분 농어촌 주택이 기름이나 가스보일러에 나무보일러를 겸용으로 설치하면서 아궁이나 보일러실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것이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다. 연통도 한옥은 콘크리트 등으로 두껍게 만들어졌지만 양옥은 얇은 알루미늄이나 함석으로 대체설치돼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한옥은 땔감을 따로 쌓아둘 공간이 있다. 하지만 양옥은 그럴 공간이 없는 데다 아궁이나 보일러 주변에서 나무를 말려 불이 자주 난다. 가스중독 사고도 일어나고 있다. 5일 오후 11시경 장흥군 관산읍 한 주택에서 선모 씨(72·여) 등 3명이 화로를 피워놓고 자다 가스에 중독됐다. 선 씨 등은 광주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에는 고흥군 남양면 한 주택에서 설모 씨(74·여)가 방 안에서 소나무 숯을 피워 난방용으로 쓰다 가스에 중독돼 치료를 받았다.

한옥은 환기가 잘되는 편이지만 양옥은 공기 순환이 잘되지 않는다. 농어촌 노인들 사이에서 “목재는 질식사고가 없다”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도 가스중독사고를 부채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목재에서 발생하는 가스가 연탄가스 못지않게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백은선 동신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고유가 시대에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나무 땔감을 쓰는 농촌 가구가 늘고 있지만 화재나 가스중독에 대한 주의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안전사고#장작 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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