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150㎡ 이상 음식점 실내 전면 금연 시행 한 달째… 식당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과태료 내도 피우겠다는 손님… 재떨이 대신 종이컵 주는 업주

4일 밤 서울 신촌의 한 대형 호프집. 벽면마다 금연 스티커가 붙어 있었지만 주말을 앞두고 술자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기자가 호프집 주인에게 “이 업소는 금연 아니냐”고 묻자 “금연이라고 말하고 재떨이도 주지 않지만 술에 취한 손님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까지 말리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손님들 중에는 ‘과태료를 물더라도 담배를 피우겠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고 덧붙였다.

150m² 이상 음식점과 호프집 등에서 실내 전면 금연이 실시된 지 8일로 한 달을 맞는다. 하지만 본보 취재팀이 4일 밤 강남과 종로, 건대입구와 신촌 주변의 식당과 호프집을 점검한 결과 여전히 대부분의 식당과 술집에서는 흡연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이블 위의 재떨이가 대부분 사라지고, 실내 곳곳에도 금연 안내문이 붙었지만 업주들이 적극적으로 흡연 행위를 막지는 않았다. 6월 말까지는 계도기간이어서 단속을 하지 않는다는 점도 작용한 듯 보였다.

이날 종로의 한 돼지갈비집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손님들에게 재떨이 대신 종이컵을 주고 있었다. 재떨이를 주게 되면 흡연을 방조한 셈이지만 종이컵을 주면 단속이 되더라도 주인은 책임을 피해 갈 수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업소 관계자는 “재떨이를 주면 업소까지 과태료 500만 원 처벌을 받는다고 해 어쩔 수 없이 종이컵을 나눠주고 있다. 주변 가게들도 우리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신촌의 한 치킨집 매니저는 “실내 금연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면 손님들의 거부감도 적겠지만 갑작스럽게 금연 정책을 하다 보니 가게 입장에선 손님들의 심기를 거스르면서 금연을 강요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재떨이 대신 종이컵을 주더라도 흡연을 방조했다면 업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다만 업주가 금연임을 고지하는 등 책임을 다했는데도 손님이 막무가내로 담배를 피웠다면 업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내 금연 정책에 대해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의견이 엇갈렸다. 한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있던 직장인 박모 씨는 “식당은 모르겠지만 호프집은 성인들만 오는 곳인데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흡연자는 사람도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어린 자녀들과 함께 외식을 하러 돼지갈비집에 온 한 주부는 “고깃집에 갈 때마다 주위에서 마구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아이들과 밥도 제대로 먹기 힘들다”며 “금연 구역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금연 정책 때문에 매출이 줄었다며 불만이 많았다. 건대입구의 한 호프집 점장은 “가게에 들어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주인에게 ‘흡연이 가능한지’를 묻고 안 된다고 하면 돌아가는 손님이 하루에 4, 5팀은 된다”며 “이들은 흡연이 가능한 작은 호프집으로 간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법 시행 이후 실험 차원에서 100% 규정을 지키며 영업을 했더니 평소보다 매출이 30%가량 줄었다”고 덧붙였다.

신촌의 한 고깃집 주인은 “담배를 피우겠다는 손님과 실내에서는 금연을 해야 한다는 정책 사이에 끼여 주인만 힘들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는 넓이 100m² 이상 음식점에서, 2015년 1월부터는 모든 음식점에서 흡연을 금지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계도기간이 끝나는 7월부터는 구청 보건소 단속요원 80여 명과 계도요원 300여 명을 투입해 실제 단속에 들어간다.

박진우·박희창 기자 pjw@donga.com
#서울시#실내금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