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실도 생기고 車도 생기고… 꼬방동네에 온 산타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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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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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복지협의회-한수원… 지역아동센터 환경개선사업

강원 춘천시 깨비지역아동센터에 내에 생긴 ‘희망나래 도서관’에서 아이가 책을 보고 있다. 도서관이 생기기 전에 이 공간은 텅
 비어 있었다(위쪽 사진). 제주 제주시 늘푸른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지원받은 차에 탑승한 뒤 신이 나서
 손가락으로 브이자 모양을 그리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제공
강원 춘천시 깨비지역아동센터에 내에 생긴 ‘희망나래 도서관’에서 아이가 책을 보고 있다. 도서관이 생기기 전에 이 공간은 텅 비어 있었다(위쪽 사진). 제주 제주시 늘푸른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지원받은 차에 탑승한 뒤 신이 나서 손가락으로 브이자 모양을 그리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제공
아이들에게 번듯한 도서관이 생겼다. 기존엔 초등학생용 책은 별로 없는 데다 오래된 책이 대부분이었는데…. 지난달 530권의 새 책을 지원받았다. 방과 후부터 어둠이 깔리는 오후 7시까지 아동센터에서 책에 푹 빠졌다가 집에 가는 아이들이 많다.

강원 춘천시의 깨비지역아동센터 이야기다. 사회복지사 김희순 씨(38·여)는 그런 아이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사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거든요.”

이 아동센터에는 초등학생 모두 26명이 다닌다. 저소득 맞벌이, 한부모, 기초수급자의 자녀가 대부분이다. 센터에는 후원자들로부터 기부 받은 낡은 책들이 있었지만 초등학생이 읽을 만한 책은 별로 없었다. 아이들은 책을 읽고 싶을 때마다 인근 도서관에 가서 읽었다. 센터가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한 달에 350여만 원. 인건비와 공과금을 빼고 나면 운영비가 100만 원 정도다. 조금씩 책을 구입하긴 했지만 많이 사기엔 언감생심이었다.

그랬던 센터에 도움의 손길이 뻗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행복+희망나래’라는 이름의 지역아동센터 환경개선사업. 김 씨는 “이 사업 덕분에 책을 많이 장만할 수 있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지만 책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접하고 지식을 많이 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업에 필요한 돈 10억 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이 후원했다. 김균섭 한수원 사장은 평소에도 매달 월급 가운데 100만 원을 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했다.

지원 범위를 정하기 위해 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아동센터를 직접 찾아가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조사했다. 도서관 설치, 차량 지원, 시설 개·보수가 가장 절실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올 6월까지 아동센터 898곳이 지원을 신청했다. 사회복지협의회는 도서실 설치 16곳, 차량지원 15곳, 시설 개·보수 27곳 등 모두 58곳을 8월 선정했다. 시설 개·보수는 사회적 기업에 맡겼다. 아동센터 안에 만든 도서관에는 ‘희망나래 도서관’이란 이름을 붙였다.

경주의 보리지역아동센터는 11인승 차량을 지원받았다. 이곳은 오후 9시까지 머무는 아이 29명을 집으로 안전하게 보낼 교통수단이 없었다. 자원봉사자가 자기 차로 일일이 집까지 데려다줬다. 야외활동을 하러 나가는 주말에는 자원봉사자와 학부모의 차까지 동원해야 했다. 그래도 부족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이 센터가 받는 정부 지원금도 한 달에 370여만 원. 차량 구입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차가 생긴 다음에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창심 보리지역아동센터장(47·여)은 “아이들이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며 아주 좋아한다. 지원받은 차를 타고 대구에 가서 뮤지컬을 보고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전국 지역아동센터 실태조사보고서(2012)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지역아동센터는 3985곳. 이용하는 아동은 10만4982명이다. 한 곳당 26.3명. 월평균 정부지원금은 한달 평균 364만 원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시설이 극도로 열악하다는 말이다.

운영비가 적은 탓에 늘 인력난에 허덕이는 점도 문제다. 전국의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는 8632명. 센터 1곳당 평균 2명이다.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월급은 100만 원을 조금 넘는다.

차흥봉 사회복지협의회장은 “올해 지원받지 못한 지역아동센터가 많다.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학습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행복+희망나래’ 사업을 내년에도 벌이기로 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한국사회복지협의회#환경개선#희망나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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