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케이팝 공연장 유치, 지자체 20곳 “저요 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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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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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가 건립 추진 중인 ‘서울슈퍼아레나’. 도봉구 제공
도봉구가 건립 추진 중인 ‘서울슈퍼아레나’. 도봉구 제공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케이팝(K-pop) 열풍이 지구촌을 휩쓸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초 2016년까지 1만5000석 규모의 ‘아레나형’ 공연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대형 공연장의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현재 국내에 있는 1만 석 이상 공연장은 잠실 체조경기장뿐이기 때문. 문화부에 따르면 체조경기장 가동률은 매년 75∼80% 수준으로 사실상 포화 상태다. 이마저도 콘서트 비중은 절반에도 못 미치고 대부분 체육, 공공행사 등에 사용되고 있다. 또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이 아니기 때문에 무대가 보이지 않는 사석이 많고 공연 세트를 설치 및 해체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것도 단점이다. 올해 4월 레이디 가가 콘서트는 중세시대 성 등 거대한 무대세트를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이 없어 사실상 야외나 다름없는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렸다. 이 때문에 당시 관객 중 상당수가 “음향이 울리고 고가의 좌석에서도 무대가 보이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반면 공연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CJ E&M에 따르면 2010년 한국 콘서트 시장 규모는 979억 원, 성장률은 13%로 2015년에는 1084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1만 장 이상 티켓을 판매한 콘서트는 2010년 17건에서 2015년에는 31건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신상화 CJ E&M 콘서트사업부장은 “동방신기 소녀시대 빅뱅 등 유명 아이돌그룹은 표를 더 팔 수도 있는데 공연장이 모자라 팔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 그룹은 국내에서는 2, 3일간 3, 4회 공연에 그치지만 일본 등 해외에서는 1만 명 이상 아레나급 공연장에서 10회 이상 투어를 하기도 한다.

필요성은 충분하지만 문제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너도나도 유치 신청을 하고, 일부 지자체는 선정이 되지 않을 경우 독자적으로 건립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부에 유치 의사를 밝힌 지자체는 15∼20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도봉구는 창동 환승주차장 터에 공연장 유치 의사를 밝히고, KT와 함께 공연장 건립을 위한 법인인 ‘서울슈퍼아레나’를 설립했다. 도봉구는 올해 9월 말 KT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정부 선정에서 탈락하더라도 독자적으로 민간자본을 유치해 공연장을 건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는 고양시 일산 한류월드에 공연장을 유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한류월드 내 약 8만 m²(2만4000평) 터를 무상 임대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인천시 역시 최근 송도 국제도시 23호 근린공원의 약 9만 m²를 무상 임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송파구는 잠실종합운동장 터에 공연장을 유치하겠다고 나섰고 서울 강서구, 광주시, 강원 원주시 등도 관심을 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케이팝 열풍이 꺼진 뒤에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적자만 낳는 공연장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로 전시 및 컨벤션을 위해 설립된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는 8000∼1만 명을 수용하는 공연장으로도 사용된다. 10월 열린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킨텍스 가동률은 2009년 54%, 2010년 58.5%, 2011년 50.8%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2005년 개장 이후 지속적으로 손실을 겪어왔고 2010년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700만 원을 기록했지만 2011년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현재 서울시가 내년 12월 완공 목표로 구로구 고척동에 짓고 있는 돔구장 역시 야구 시즌 외에는 케이팝 등 공연장으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돔구장까지 포함하면 2016년경에는 1만 명 이상을 수용하는 아레나형 공연장이 서울 및 수도권에 2, 3곳 이상 생길 가능성이 높다.

문화부는 현재 아레나형 공연장을 쇼핑, 호텔, 극장 등을 합친 복합시설로 꾸미는 안, 스포츠시설로 전환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꾸미는 안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기철 대중음악평론가는 “현재 세계적으로 부는 케이팝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관광객 수요보다는 국내 대중음악 공연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활용 방안과 콘텐츠 수급 방안을 상세히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아레나형 공연장 ::

1만∼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 건물. 복싱, 아이스하키, 농구 등 실내스포츠 경기를 위해 짓는 건물인 ‘아레나’에 콘서트 등 각종 공연이 가능하도록 음향 및 조명시설 등을 갖춘 건물을 가리킨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도봉구#아레나형 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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