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표 할인… 친구 소개하면 더 싸게… 낯 두꺼워진 ‘수능 성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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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일부 병원 ‘만원’… 성장판 검사 건너뛴 시술 등 싼값 수술에 부작용 속출

할인, 추가 서비스 등을 내세운 한 성형외과의 수험생 마케팅. 인터넷 캡처
할인, 추가 서비스 등을 내세운 한 성형외과의 수험생 마케팅. 인터넷 캡처
참았다. 놀고 싶어도, 잠이 쏟아져도 공부했다. 밤마다 5지선다형 문제로 꽉꽉 채워진 참고서를 들고 지친 몸을 이끈 채 집으로 돌아왔다. 그럴 땐 한결 달라진 외모로 대학 캠퍼스를 걷는 나를 상상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지난달 강모 양(18)은 이모를 졸랐다. ‘대학에 들어가서 자신감 있는 퀸카가 될 수 있다’는 한 성형외과 광고를 본 뒤였다. 시험이 끝나면 옷을 선물하겠다는 이모에게 “옷 대신 성형수술을 시켜 달라”고 매달렸다. 수험표가 있으면 할인도 된다고 했다.

8일 수능이 끝나자마자 입시준비생들이 성형외과의 유혹과 맞닥뜨리고 있다. 일부 성형외과는 올해도 수험생을 대상으로 각종 할인 이벤트 등 마케팅 공세를 펼치고 있다. ‘수능 성형’이란 말이 고유명사처럼 사용될 정도다.

이미 일부 성형외과는 수술 예약이 가득 찼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9일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 문의한 결과 “수능 한 달 전부터 눈, 코 수술 예약이 거의 다 찬 상태”라며 “지금 예약하면 한 달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다른 성형외과 3곳에서도 “오전 수업을 마치고 오는 학생이 많아 오후 수술 일정은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친구를 데려오게 하거나 성형수술 전후 비교 사진 모델이 돼 달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성형외과에서는 “100만∼120만 원 정도 하는 간단한 눈과 코 성형이 가장 인기인데 친구와 함께 오면 추가 할인이 된다”며 “가슴확대나 턱 깎기 지방흡입 같은 큰 수술도 마찬가지”라고 안내했다.

전문가들은 할인 이벤트나 싼값에 현혹돼 무작정 수술을 받아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미용 목적 성형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다 보니 병원마다 값이 제각각인데, 싼값을 부르는 병원일수록 적정 수용 인원보다 많은 환자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시간에 쫓겨 제대로 된 상담과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기에 성형수술을 받을 경우 골격이 달라지면서 수술 직후 상태에서 변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성형외과에서는 뼈의 성장이 끝나지 않은 고등학교 2학년까지는 코나 턱을 손대는 수술을 금하고 있다. 고3인 수험생도 성장판 검사를 받고 전문의와 충분한 상의를 거쳐야 한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성형외과 원장은 “수험생들마다 성장 속도가 다른데도 대부분 병원에서는 일반적인 성장 나이만 따져 성장판 검사를 생략하고 있다”며 “골격이 성장하면서 성형한 얼굴이 바뀌면 대인기피증 같은 정서적 문제를 겪거나 2차, 3차 성형을 시도하는 성형 중독에 빠질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성형외과는 수험생들에게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고지하지 않고 돈벌이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질환 치료 목적의 성형수술 대신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만 전문으로 하는 곳도 많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성형수술 부작용 상담 건수는 2010년 2948건에서 지난해 4043건으로 늘었다. 올해에는 10월까지 3120건이 접수됐다. 상담 뒤 실제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돼 소비자원이 직접 피해 구제에 나선 경우도 2010년 71건에서 올해에는 10월까지 114건으로 급증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일부 성형외과는 심의를 받은 시안과 다른 과장 광고를 내거는 경우도 있고, 전문의가 아니거나 심지어 미용성형 기술을 배운 비의료인이 수술하는 일도 있다”며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전문의의 충분한 상담을 거쳐 수술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수능#성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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