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장학회 헌납 강압성 인정되지만 증여 의사표시 무효로 할 수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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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법 1심과 유사 판결
새누리 “법원 판결 존중”… 민주 “朴후보 입장 밝혀야”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의 설립자 고 김지태 씨가 재산을 헌납한 과정에서 군사정권의 강압성이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민사5부(윤인태 부장판사)는 “김 씨 유족이 정부와 부산일보를 상대로 2010년 6월 제기한 ‘진정명의 회복을 위한 소유권 이전등기 등’ 청구 소송에서 원심대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고 28일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군사혁명정부의 다소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중앙정보부가 이 사건 토지를 증여하지 않으면 김 씨나 가족 등의 신체와 재산에 어떤 해악을 가할 것처럼 위협하는 위법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김 씨의 증여 의사표시는 대한민국 측의 강박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김 씨가 강박으로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에서 헌납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증여 의사표시를 무효로 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증여 의사표시를 취소하기에도 이미 시효(10년)가 지났다고 설명했다. 김 씨 유족은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유족은 김 씨가 1962년 국가에 헌납한 땅 1만5735m²(약 4700평)를 돌려 달라며 2010년 소송을 제기했다. 이 땅의 소유권은 1962년 7월 정수장학회(당시 5·16장학회)로 넘어갔다가 이듬해 7월 정부로 귀속돼 현재 대부분 도로로 사용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유족이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이 2월 내린 결론과 유사하다.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민주통합당은 다시 한 번 재산 헌납 과정에서 군사정권의 강압성이 입증된 만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했다. 문재인 후보 캠프의 진성준 대변인은 “국가의 강요와 강박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정수장학회에 얽힌 역사적 사실이 법원에 의해서도 분명하게 인정되고 있는 만큼 박 후보는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다시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반면 최근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가 강압성을 부정하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번복해 홍역을 치른 새누리당은 논란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법원의 판결은 존중돼야 하고 존중한다”면서도 “민주당은 이를 더이상 정치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부일장학회#정수장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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