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내 얼굴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 고민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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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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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완벽한 건 ‘나만의 스타일’입니다

딸아이가 어릴 적 미국에서 유치원에 다닐 때였습니다. 하루는 유난히 거울 앞에 서서 얼굴을 이리 저리 비비며 투덜거렸습니다.

“엄마 나는 왜 눈이 작아? 얼굴도 노랗고 넓적해!” “매일 땡볕에 나가서 노니까 얼굴이 타서 그렇지. 엄마가 보기엔 얼굴도 계란형인데 왜 그래?” “아냐, 엄마! 엘리자베스는 눈도 크고 얼굴도 하얗고 머리도 금발이야.” “그래서 속상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하얀 피부로 태어나는 사람, 갈색 피부로 태어나는 사람, 검은 피부로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어. 내 딸은 피부도 곱고 얼마나 사랑스러운데! 엄마는 이 세상에서 내 딸이 제일 예뻐!”

딸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지만 혹시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어 다음 날 유치원을 찾아갔습니다. 선생님은 딸이 유치원에서 자기표현을 잘하고 친구가 많아 그런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또 원래 성격이 밝고 명랑하니 크게 걱정 안 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요즈음 유치원에서 ‘거울놀이’ 수업을 하니 좀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거울놀이’가 무엇인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도서관에 가서 찾아보니 ‘거울놀이’는 자기 존중감을 키워주는 유치원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거울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비춥니다. 나의 단점도 장점도 있는 그대로 비춥니다. 또 거울은 솔직합니다. 거울놀이를 하면서 나의 장점을 발견하고, 누구나 지닌 약점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는 놀이입니다. 나르시시즘에 젖게 하는 거울이 아니고, 공주병이나 왕자병에 걸려들게 하는 거울놀이가 아니라 진정한 자기 존중감을 키워 나답게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유치원 수업이었습니다.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입니다. 인기 비결에 대해서도 많은 분석이 나왔습니다. 말춤과 후크송에 숨겨진 과학적 요소와 소셜미디어가 합세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싸이는 방송에 나와 “콘셉트는 허무함이다. 한 장면 한 장면 찍을 때마다 허무했다”고 했답니다.

싸이의 외모는 사실 B급입니다. 얼굴과 몸매가 잘난 편이 아니어서 오히려 원색적인 옷을 입고, 정형화되지 않은 춤으로 자기 스타일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B급으로 표현된 A급의 진정성이 있어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는 작가가 작품을 써서 책을 출간했다고 완성품이 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내가 책과 컵을 사서 집의 진열장에 꽂아 놓았다면 책도 컵도 똑같은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독자인 내가 책을 책꽂이에서 빼서 읽었을 때 비로소 작가의 작품은 완성된다고 했습니다. 작가가 작품을 창작하듯이 독자가 책을 읽는 과정도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정신 활동이라는 겁니다.

나만의 스타일은 어떻게 만들까요? 신문이나 잡지에 나오는 연예인이나 미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의 얼굴을 모아 보세요. 그리고 이들 미인의 이목구비를 따로 따로 떼어내서 합성시키는 식으로 새 얼굴을 만드세요. 얼굴에서 가장 예쁘다고 생각되는 사람의 눈, 코, 입을 조합하면 최고로 예쁜 얼굴이 나올까요?

다음에는 4명이 모둠을 만들어서 하기로 해요. 우선 각자의 스타일을 찾아서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기사를 신문에서 찾으세요. 이어서 오른쪽의 표처럼 그 사람의 배경, 문제점, 해결점을 적어 발표하세요. 또 그들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토의해서 정리하세요. (추천 기사: 어린이동아 10월 11일자 1면의 ‘153cm 작은 키, 나만의 장점으로 만들었어요!’)

동아일보 10월 9일자 A28면을 보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면 어떨까’라는 기사가 나옵니다. 국내외 작가 16명의 퍼포먼스, 영상, 사진 30점을 모은 ‘마스커레이드’전에 대한 내용입니다.

기사 앞부분을 잠시 읽어 볼까요?

“누구나 선천적, 후천적으로 부여받은 정체성을 갖고 살아간다. 하지만 가끔은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 보면 어떨까란 공상에 빠질 때도 있다. 통상 백일몽에 그칠 법한 상상을 현실로 만든 ‘카멜레온’ 같은 예술가들이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이 기획한 ‘마스커레이드(Masquerade·가장하기)’전은 변장을 기반으로 한 국내외 작가 16명의 작품을 모은 전시다. 1990년대 이후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영상과 사진 30점을 선보였다. 성 인종 민족 계급처럼 나를 대변하는 지표를 다른 사람과 바꿔치기한 작품들은 때론 웃음을 주고 때론 엽기적이다. 내 안에 있는 새로운 나를 주목한 전시는 ‘가면 뒤의 가면’ ‘대중문화에 투사된 주인공’ ‘민족과 인종의 중첩’ 등 4개의 소주제로 구성됐다. 고정불변으로 믿어온 정체성의 허구를 짚어 보면서, 나와 타자를 갈라놓는 경계선에 질문을 제기한 점에서 흥미롭다.”

정태선 동화작가·책끼읽끼 소장
정태선 동화작가·책끼읽끼 소장
예술가들이 모여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분장하는 퍼포먼스를 한다고 합니다. 학습된 정체성의 굴레를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며 사는 것은 아닌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려는 의도를 담았다고 기사는 소개합니다.

나는 누구인가요? 이 기사를 읽고 학급에서 내가 아닌 다른 나로 분장해서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거나 역할극을 해보세요. 그리고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 ‘넌 아주 특별해!’ ‘웨슬리 나라’ 같은 책을 읽고 토의한 다음 ‘내 스타일(나다움)을 찾으려면’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 보세요.

정태선 동화작가·책끼읽끼 소장
#신문과 놀자#외모#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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