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내년3월 사퇴”… 교수협-학생회 “즉각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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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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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표 KAIST 총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서머셋 팰리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3월 총장직을 자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남표 KAIST 총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서머셋 팰리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3월 총장직을 자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남표 식 KAIST 개혁’이 마침표를 찍게 됐다. 서남표 KAIST 총장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3월 총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2006년 7월 취임한 이후 6년간 테뉴어(tenure·정년보장) 심사 강화를 시작으로 성적에 따른 학생 등록금 차등 부과, 100% 영어강의 등 강도 높은 개혁을 단행했다. 그의 개혁은 KAIST 울타리를 넘어 국내 대학 개혁의 불씨를 댕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독단적 개혁과 불통의 리더십이라는 반발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서 총장이 6년 만에 중도 하차하게 된 직접적 계기가 된 건 지난해 1∼4월 연이었던 학생 4명의 자살 사건이었다. 당시 학부 총학생회는 “성적에 따른 등록금 차별 부과와 100% 영어강의 도입 등 무한 경쟁이 자살을 불렀다”고 주장했다. KAIST 교수협의회는 특허도용 등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경종민 교수협의장은 “형식에 치중한 개혁으로 내외부의 지지기반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음에도 언론과 정치권에 홍보만 해왔다”고 말했다.

서 총장의 테뉴어 심사 강화는 정년을 보장받지 못한 교수들을 위협했고 등록금 차등 부과는 학생들의 불만을 샀다. 그는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조성된 지 40년이 됐지만 원천기술이 하나도 없다”며 과학계 전체를 자극하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50여 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그를 적극적으로 변호해줄 지인이나 학맥은 없었다. KAIST의 예산권을 손에 쥔 교육과학기술부와의 불화는 서 총장의 행보를 제약했다. 그는 온라인자동차 사업과 글로벌 프로젝트 등 대형 사업을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에 직접 건의해 성사시켰다. 관료사회의 방식으로는 개혁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이었지만 교과부가 발끈했다. 서 총장은 청와대와 이사회의 도움으로 2006년 정부출연 연구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교과부 반대에도 연임에 성공했지만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로버트 로플린 총장에 이어 서 총장이 중도 하차하면서 앞으로 KAIST의 개혁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2010년까지 주요 보직을 지낸 한 교수는 “이제 누가 와서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는 개혁을 단행하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개혁 내용은 아직 신뢰를 받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KAIST는 올해 각각 QS와 더 타임스의 올해 세계대학 평가에서 1971년 개교 이래 최고 성적인 63위와 68위를 차지했다. KAIST 관계자는 “이사회가 소위원회를 구성해 서 총장 개혁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최근 들었는데 이해관계가 없는 유명 과학자 그룹은 대부분 개혁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17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머셋 팰리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권이 출범해 현 정부와의 이해관계가 없는 인사가 총장에 선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수협은 “서 총장이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총학생회는 “25일 임시 이사회에서 서 총장의 거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사임이 결정되지 않으면) 총장실 점거 농성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서남표#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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