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경찰밴드 나가신다, 학교폭력 저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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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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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경찰서 10인조 록밴드 ‘매드캅스’, 6년째 치안홍보 공연

동해경찰서 록밴드 ‘매드캅스’가 7일 동해시 동호동 웅녀마당에서 열린 ‘제3회 웅녀골큰잔치’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07년 창단된 매드캅스는 지역 축제와 청소년문화제 등에 자주 출연해 연주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동해경찰서 제공
동해경찰서 록밴드 ‘매드캅스’가 7일 동해시 동호동 웅녀마당에서 열린 ‘제3회 웅녀골큰잔치’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07년 창단된 매드캅스는 지역 축제와 청소년문화제 등에 자주 출연해 연주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동해경찰서 제공
매주 금요일 해가 지고 나면 강원 동해시 천곡동의 한 골목길로 경찰관들이 모여든다. 이들의 발걸음은 음악연습실로 향한다. 경찰 여럿이 밤에 나타나니 범죄의 냄새가 날 것 같지만 사실은 음악의 향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곳에서 경찰관들은 로커로 변신한다. 드럼과 기타 키보드 등 요란한 악기 소리 사이로 윤도현밴드의 ‘나는 나비’, 로커스트의 ‘하늘색 꿈’ 등 노래가 울려 퍼진다. 이곳은 동해경찰서 경찰관 밴드 ‘매드캅스(Madcops)’ 연습실이다.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하고 싶어서 뭉친 경찰관들은 이곳에서 음악에 미친다.

매드캅스는 2007년 3월 결성됐다. 음악뿐 아니라 경찰 업무 등 모든 일에 푹 빠져 보자는 의미에서 밴드 이름을 지었다. 학창시절부터 밴드 활동을 해 온 북삼지구대 김형원 경사(42)가 중심이 돼 5명의 멤버로 출발해 현재는 10명으로 늘었다. 김 경사처럼 오랫동안 악기를 다룬 멤버도 있지만 의지 있는 초보도 가세했다. 김 경사가 초보 경찰관들을 지도하며 밴드를 꾸려 왔다. 연습은 1주일에 한 차례 금요일로 정해 놨지만 경찰관이라는 직업 특성상 근무일이 제각각이라 못 나오는 경우가 많아 요일을 바꾸기 일쑤다.

공연 일정이 잡히면 연습은 일주일에 2, 3차례로 늘어난다. 매드캅스는 2007년 10월 동해시 청소년문화제에서 첫 공연을 펼쳤다. 이를 시작으로 물사랑 환경콘서트, 지역 축제에 단골손님으로 초대받는다. 1년에 5, 6차례 공식 무대에 선다. 보컬을 맡은 홍일점 수사과 윤영희 경장(32)은 “연습도 쉽지 않고 공연에 앞서 긴장도 많이 되지만 공연을 무사히 마쳤을 때의 쾌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고 말했다. 매드캅스의 공연 개런티는 무료. 주최 측이 소정의 사례비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모두 무궁화장학회에 기부한다.

‘매드캅스’ 탄생의 주역인 동해경찰서 북삼지구대 김형원 경사. 그는 대학 재학 때부터 밴드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해 온 실력파다. 매드캅스 제공
‘매드캅스’ 탄생의 주역인 동해경찰서 북삼지구대 김형원 경사. 그는 대학 재학 때부터 밴드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해 온 실력파다. 매드캅스 제공
매드캅스는 공연 외에 학교폭력 예방과 치안 홍보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공연 중간 중간 청소년들에게 “싸울 시간에 음악을 들으세요”, “학교폭력 안 돼요” 등 ‘경찰다운’ 멘트를 날린다. 노래로 집중도를 높인 뒤 날리는 교훈성 멘트는 지루한 강의보다 효과가 높다. 김형원 경사는 “청소년 대상 공연을 자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교폭력 예방 홍보대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매드캅스의 산파역인 김 경사는 강원대 삼척캠퍼스 재학 시절부터 밴드 활동을 해 온 실력파. 1996년 경찰에 입문한 뒤에도 기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김 경사는 매드캅스 외에도 지역 프로급 연주자들로 구성된 밴드 ‘어게인’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매드캅스에서도 창단 초기 베이스기타를 담당했지만 멤버가 늘어나면서 총괄PD 역할까지 맡고 있다. 김 경사는 “공연을 통해 경찰관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 주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천곡동#경찰관#매드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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