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 늑장행정으로 B형간염 혈액 무더기 수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5일 0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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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간염 보균자의 혈액이 100여명에게 수혈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지금까지 117명이 'B형간염 혈액'을 수혈 받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앞으로 추가 확인 사례가 계속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용익(민주통합당) 의원이 15일 공개한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5월 새 검사법 도입 후 B형간염 양성 판정을 받은 헌혈자의 과거 헌혈 혈액 검체를 재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오염 혈액 59건이 '음성'으로 판정돼 출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혈액은 모두 117명에게 수혈됐다.

보건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2명은 수혈 감염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고 115명에 대해선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오류는 과거 B형간염 검사 결과를 핵산증폭검사(NAT)로 다시 함에 따라 드러났다.

NAT 검사는 병원체의 유전자를 확인하는 검사법으로, 기존의 효소면역검사법으로 드러나지 않는 초기 감염자도 골라낼 수 있다. B형간염에 감염되고도 검사에서 확인되지 않는 기간, 즉 '윈도 피리어드'가 효소면역검사로는 59일인 반면 NAT 검사로는 25일로 절반 이상 단축되기 때문이다.

NAT 도입 후 B형간염 양성 헌혈자 중 과거 헌혈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던 사람의 혈액 검체를 다시 분석한 결과 59건이 음성에서 양성으로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앞으로 NAT 검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과정에서 기존 혈액 검사에서 잡아내지 못한 사례가 추가로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B형간염 감염자(보균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어서 NAT 검사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지난해 민간 혈액원이 먼저 시작했고 적십자 혈액원은 관련 예산을 배정받고도 이듬해인 6월에야 도입했다.

김 의원은 "최신 검사법 도입 지연으로 환자 다수가 오염 혈액에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지금이라도 수혈 감염 여부를 철저히 추적해야 하고 역학조사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 같은 당 이학영 의원은 적십자가 4월 혈액원 3곳의 NAT 장비·시약을 교체하면서 입찰 업체 2곳 가운데 가격이 204억 원이나 더 비싼 업체를 선정했다며 사업자 선정 과정의 적정성을 따져 물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적십자는 외국계 업체 N사와 R사 가운데 평가에서 기술점을 높게 받은 N사와 885억 원에 장비시약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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