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운용직, 몸값 올려 금융사로… 기금 안정성 해칠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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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근속 3년 3개월 불과… 국민연금 투자방식-대상 알아
민간금융기관 스카우트 표적… 7년간 61명 이직

370조 원의 기금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이 짧은 기간 근무한 뒤 민간 금융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몸값을 올려 민간기관으로 스카우트되는 징검다리 역할을 기금운용본부가 하는 셈이다.

국민연금공단이 14일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에게 제출한 ‘기금운용본부 퇴직자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2005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퇴직한 직원 83명 중 61명이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으로 옮겼다. 나머지 22명은 재취업 여부가 파악되지 않았거나 유학, 가사, 미취업 등의 상태다.

금융기관 재취업자 중 상당수는 이직하면서 직급을 크게 올렸다. A 씨(38)는 투자신탁회사에서 근무하다 2003년 10월부터 기금운용본부 증권운용실 팀원이 됐다. 여기서 3년 6개월간 일하다가 2007년 5월 대기업 계열 증권사 부장으로 옮겼다. B 씨(36)도 2007년 8월부터 리스크관리실 팀원으로 일하던 중 지난해 3월 모 공제회 투자개발팀장으로 이직했다.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옮긴 직원은 모두 7명이다. 주식팀 팀원으로 3년 5개월 동안 근무한 C 씨(46)는 2008년 9월 대기업 계열 자산운용사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또 주식위탁팀 팀원으로 7년 8개월 동안 근무한 D 씨(45)는 대기업 계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상무)이 됐다.

이직이 잦다 보니 기금 운용직의 평균 근속연수는 3년 3개월에 그쳤다. 경력 15년 이상의 수석운용역도 기금운용본부에서 일한 기간은 5년 9개월에 그쳤다. 현재 기금운용직 직원 116명 중 65명(56%)이 2010∼2012년 입사했다. 잦은 이직은 기금운용의 효율과 안전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기금운용직 직원들이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 전략과 대상을 잘 알고 있어 민간 금융기관들이 직급을 높여서까지 데려간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기금운용본부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금융 인력도 적지 않다.

지난해 기준으로 기금운용본부의 1인당 평균 연봉은 8119만 원. 경쟁 자산운용사와 비교하면 다소 떨어지는 수준이지만 국내 대형은행의 평균 직원연봉(6000만 원대 초반)보다는 많은 편이다.

기금운용본부는 또 지난해 성과급으로 12억1955만 원을 지급했다. 신 의원은 “성과급 지급 기준을 보면 팀이나 개인에 대한 평가보다는 기금운용본부 전체에 대한 평가 비중이 크다. 기금의 70% 정도를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하므로 거의 매년 성과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국민연금#운용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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