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공감Harmony]정신건강·가족 관계 첫걸음은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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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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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기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남궁기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통(通)하는 것이 건강한 것이고 통하지 않는 것(불통·不通)은 병든 것이라는 격언이 있다. 이는 인간의 몸이나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기업, 사회, 국가 조직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요즘 주변을 돌아보면 개인, 정당, 기업을 가리지 않고 제 주장만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 이 시대를 ‘소통 부재의 시대’ ‘단절의 시대’라고 하는 것 같다.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화 시대에 왜 이런 문제가 나타나는 걸까? 그것은 데이터만 오고 갈 뿐 그 안에 인간, 즉 타인과의 감정 교감에 바탕을 둔 ‘소통’이 없기 때문이다.

만남이 전화 통화로 대체된 지 오래지만 서로의 목소리를 주고받는 전화는 그래도 최소한의 감정은 느낄 수 있는 통로였다. 그러나 전화 통화가 문자메시지로 바뀌면서 그나마 감정의 교류도 사라졌다. 더구나 요즘은 소통이라기보다 일방적인 전달에 그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세상이 됐다.

정신 문제 전문가로서 큰 걱정은 이런 소통 부재가 그저 하나의 사회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자살을 비롯해 ‘묻지 마 범죄’ ‘은둔형 외톨이’ ‘학교폭력’ ‘왕따’ 등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소통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 정신과에서 다루는 많은 정신질환이 대인관계의 장애, 즉 소통의 장애를 주요 증상으로 한다. 그런 예로 과거 정신분열증이라 불리던 조현병, 우울증, 인격장애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질환의 치료 역시 약물 치료와 함께 다양한 대화요법(소통)을 통해야 한다.

사회 문제에 대한 힐링(Healing·치유)도 자신과 가정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신건강 측면에서 가족과의 소통 및 감정의 교류는 여러 가지 내재적 불만을 해결하는 탈출구이자 개인을 버티게 하는 마지막 방어벽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가정교육은 가족 내 소통을 통해야 한다. 자녀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일방적으로 표현하기 전에 참고 기다리며, 상대방을 설득하는 훈련을 통해 자녀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라나도록 도와줘야 한다. 가족 간 원활한 생각과 감정의 소통을 통해 가족 내 믿음과 화목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개인의 정신 건강과 이 시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자 유일한 해결 방안이다.

민족의 명절 추석이 얼마 전이었다. 그저 가족이 의무적으로 만나는 지긋지긋한 명절이었을까, 서로 소중함을 느끼고 많은 대화로 감정의 교류가 이뤄지는 명절이었을까. 내년 설은 모두 소통하고 치유하는 명절이 되길 기대해 본다.

남궁기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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