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빛은 감춰진 비밀을 밝히는 수사관이랍니다

  • Array
  • 입력 2012년 9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몸속을 찍는 X선… 위조지폐를 찾아내는 자외선… 열의 흐름을 보여주는 적외선…

《빛이 없다면 어떻게 살까요? 캄캄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겠죠? 잠깐의 정전에도 우리는 빛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과학의 발달로 빛은 이제 더 놀라운 일을 해냅니다.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의학, 과학수사, 예술 분야에까지 아주 넓게 쓰이죠. 동아일보 9월 21일자 A27면에 X선으로 찍은 영상을 이용한 예술 작품이 실렸네요. 자, 그럼 빛이 밝혀내는 놀라운 세상의 비밀들. 신비한 빛의 세계로 가 볼까요?》

“X선은 의료장비일까, 예술 작품의 도구일까? 연세대 영상의학과 정태섭 교수는 X선 영상으로 예술 작품을 만들었다. X선 촬영기를 이용해 내부와 외부가 공존하는 신비로운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것. 나선은하를 표현하기 위해 나선 구조를 가진 고둥을 이용하는 등 독특한 발상을 선보이고 있다. 정 교수의 작품은 11월 7∼13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동아일보 9월 21일자 A27면)

신비한 빛, 정체를 밝혀라

태양이나 전등에서 나온 빛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진동하면서 공간에 전달됩니다. 그래서 ‘전자기파’라고 부르죠.

우리 눈은 빛의 모든 부분을 볼 수 없어요. 대략 380∼780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의 파장을 가지는 부분만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볼 수 있는 광선이라 해서 가시광선(可視光線)이라고 부릅니다.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것에는 장파, 단파, 마이크로파, 적외선이 있습니다. 파장이 더 짧은 것에는 자외선, X선, 감마선이 있습니다.

햇빛은 그냥 보면 백색이지만 사실은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색깔이 섞여 있어요. 파장에 따라 분리하면 알 수 있죠.

흰 종이를 이리저리 움직여 반사된 빛이 잘 보이도록 해 보세요. 일곱 색깔 무지개가 나타납니다. 이게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시광선입니다. 물체가 저마다 다른 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물체마다 흡수되는 빛과 반사되는 빛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빨간 사과가 빨갛게 보이는 이유는 사과가 빨간색만을 반사하고 다른 색은 모두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빨간색만 반사하니까 우리 눈에는 빨간색만 들어오는 셈이죠.

인체의 신비를 벗긴 X선(X-ray)

X선의 파장은 0.01∼10nm 정도로 아주 짧아요. 그래서 물질을 잘 통과하니까 물체의 내부 상태를 보는 데 유용하게 쓸 수 있죠. 몸에 X선을 통과시켜 사진으로 뽑으면 뼈 부분은 하얗게 나오고 근육이나 살 부분은 투명하게 나옵니다. 뼈에 금이 갔는지, 부러졌는지 금방 알 수 있죠.

X선은 독일의 물리학자, 뢴트겐이 처음 발견했어요. 방전 효과를 연구하려고 두꺼운 종이로 싼 음극선관에 전류를 흘리자 두꺼운 종이를 뚫고 형광 빛이 흘러나왔죠. 뢴트겐은 실험을 반복한 결과, 이 빛이 두꺼운 종이뿐 아니라 나무판과 헝겊, 심지어는 사람의 몸속까지 통과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몸에 X선을 쐬고, 통과한 빛을 그대로 감광지에 인화하는 X선 촬영법을 발견한 겁니다. 뢴트겐은 이 업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어요.

공항에서 짐을 검색할 때도 X선을 이용합니다. 수하물에 X선을 쏘아 투영해 보면 가방을 열지 않고도 안에 있는 위험한 물질이나 무기를 찾을 수 있죠.

과학수사 분야에도 많이 사용합니다. 사건 현장의 지문을 감식할 때, 가루를 이용해 검출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했는데 종종 지문에 손상을 일으켰죠. 그래서 최근에는 X선을 이용한 최첨단 기술인 ‘X선 형광분석법’을 많이 씁니다. 지문에 X선을 쏘면 지문은 각각 고유한 파장의 스펙트럼을 만듭니다. 이걸 서로 비교하면 지문을 손상시키지 않고 누구의 지문인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X선 형광분석법으로 그림이 진품인지 아닌지도 가릴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이중섭 박수근 화백의 가짜 작품을 발견해 내는 데도 쓰였죠. 그림에 사용된 물감을 분석해 펄 성분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펄 성분이 들어간 물감은 두 화백이 사망한 지 한참 뒤인 1980년대에 처음 나왔으니, 결국 가짜임이 밝혀졌죠.


쓸모가 많은 자외선과 적외선


가시광선 중 보라색 빛의 바깥쪽에 있는 자외선은 물질과 화학적 반응을 잘 일으켜서 화학선이라고도 부릅니다. 햇빛을 많이 쐬면 피부가 검게 그을리는 이유는 자외선 때문이죠.

자외선을 이용하면 위조한 문서나 지폐를 찾아낼 수 있어요. 종이 위에 글씨를 쓰고 화학약품으로 지우면 눈으로는 잘 안 보입니다. 자외선을 쏘면 남아있는 화학약품의 흔적으로 인해 지워진 부분이 드러납니다. 컬러복사기나 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위조지폐도 감식할 수 있어요. 진짜 지폐 곳곳에 자외선을 쏘면 특수한 반응이 나타나도록 화학 물질을 처리해 놓았거든요.

적외선은 1800년 영국의 윌리엄 허셜이 발견했어요. 빛의 스펙트럼에서 가시광선의 적색 부분의 바깥쪽에 있어서 적외선이라고 이름을 붙였죠.

열을 가진 모든 물체는 적외선을 내보냅니다. 차가운 물질은 조금, 뜨거운 물질은 많이. 그래서 적외선을 열선이라고도 부릅니다. 우리가 태양빛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난로에 손을 가까이 대면 뜨거워지는 이유는 적외선이 나와서입니다.

적외선은 온도에 따라 다른 색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몸속의 열의 흐름을 찍을 때, 인공위성에서 날씨와 온도를 알아낼 때 이용됩니다. 자동으로 켜지는 전등이나 자동문은 적외선을 쏘아 사람이 지나가면 열의 흐름이 달라지는 점을 감지하기에 가능합니다.

빛이 그려낸 멋진 작품을 감상해 봐요

서울 금천구의 금천예술공장에서는 10월 9일까지 ‘다빈치 아이디어’전을 엽니다. ‘내일의 전야(前夜): 산업 그리고 미디어아트’라는 부제로, 예술가와 과학자가 함께 참여한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품을 전시합니다.

작고 얇은 정사각형의 픽셀 수백 개로 대형화면을 만들어 놓고 앞에 서있는 관객의 움직임을 그대로 반영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또 카메라로 인식한 관객의 얼굴을 불교 만다라 문양의 모래 그림으로 재현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손가락을 지문인식기에 대면 지문이 일종의 레코드판 기능을 하면서 사람마다 각기 다른 음악이 나오는 작품도 있습니다. 대부분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이용했습니다.

연세대 영상의학과 정태섭 교수의 작품전은 11월 7∼13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어요. X선으로 사람, 꽃, 바이올린, 물고기, 게를 촬영해서 합성했습니다. 과학과 예술이 융합되어 만들어낸 새롭고 창의적인 작품을 들여다볼 만한 기회입니다.

고희정 작가
#빛#다빈치 아이디어#정태섭 교수 작품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