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 진로교육이 미래다]<2>학생 200명당 진로상담교사 1명 이상 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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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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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청춘들의 진로, 전문직 선생님들이 열어준다

핀란드 시그네이스고교 1학년 학생들이 ‘개인별 학습계획’을 적고 있다. 학생들은 진로상담교사와 자신의 진로를 고려해 듣고 싶은 과목을 정해 웹 사이트에 올린다. 이위베스퀼레=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핀란드 시그네이스고교 1학년 학생들이 ‘개인별 학습계획’을 적고 있다. 학생들은 진로상담교사와 자신의 진로를 고려해 듣고 싶은 과목을 정해 웹 사이트에 올린다. 이위베스퀼레=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과학공부가 재미있긴 한데 뭘 하고 싶은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했지? 우선 이번 학기에 화학과 생물 필수과정을 들어보면 어떨까? 대학 갈 때 대부분 필요한 과목이기도 하니 말이야.”

핀란드 이위베스퀼레 지역의 시그네이스고교. 사투 수라키 진로상담교사(여)는 컴퓨터실에서 1학년 남학생과 이야기를 나눴다. 8월 중순에 새 학기가 시작되며 상담이 밀리자 정신이 없었다.

핀란드 고등학생은 진로상담교사와 논의를 한 뒤 수업 받을 과목을 정한다. 어떤 대학과 폴리테크닉(기술전문학교), 전공을 택하느냐에 따라 이수해야 할 과목이 달라진다.

○ 고교생은 개인별 학습계획 작성

핀란드의 모든 학교에는 진로상담교사가 1명 이상 근무한다. 교육부는 학생 200명당 진로상담교사 1명이 배치되길 권장한다. 이들은 대부분 교과목 수업은 하지 않고 진로상담 활동에만 집중하다. 핀란드에는 이런 진로상담교사가 약 2000명 있다.

진로상담교사의 역할은 학교급별로 다르다. 고교에서는 학생의 학습계획 작성을 돕는 데 치중한다. 고교 졸업 후의 진로를 반영해 △어떤 과목을 들을지 △왜 이런 계획을 세웠는지 △대학과 폴리테크닉 중 어디를 갈 건지 △지금 계획이 진로에 도움이 될지 △장래 희망은 무엇인지 △관련 직업에 어떤 자질이 필요할지를 학생이 스스로 써야 한다. 개인별 학습계획은 웹 사이트에 올라간다. 학생과 진로상담교사, 부모만 접속할 수 있다. 법적 성인이 되는 2학년부터는 부모라도 학생의 허가 없이 접속할 수 없다.

수라키 진로상담교사는 “대부분의 학생이 뚜렷한 계획 없이 일반고에 진학했기 때문에 미래에 뭘 해야 할지 잘 모른다. 학생이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도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학년이 끝날 무렵 학생은 학습계획 내용을 고칠 수 있다.

학생은 진로상담교사의 수업 중 필수과정(38시간)은 반드시 들어야 한다. 심화과정(38시간)은 선택할 수 있다. 여기서는 △대학과 폴리테크닉의 종류 △직업 종류 △믿을 만한 일자리 정보 찾는 방법을 알려준다. 학생이 대학에 직접 가거나 기업이 찾아와 일자리를 소개하는 식도 있다.

자신을 3년 동안 지켜봤기 때문에 학생은 진로에 대한 고민을 진로상담교사에게 쉽게 털어놓는다. 2학년 라우라 야르비넨 양은 “진학 상담은 부모보다 진로상담교사에게 더 의존한다”고 말했다.

직업학교에서는 학생이 현장학습(총 20학점)을 나가게 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쓴다. 입학 때부터 메이크업 자동차정비 헤어디자이너 등 세부전공을 정한 만큼 현장의 전문가를 통한 교육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이위베스퀼레 칼리지의 세이야 알라루오나 진로상담교사(여)는 “현장기술을 잘 배우도록 전공과 관련 있는 산업체에 대한 정보를 준다. 방학에 기업에서 인턴을 하고 싶다고 하면 추천서도 써준다”고 말했다. 일반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부적응 학생을 위해 상담하는 시간도 진로상담교사에게는 중요하다.

○ 2주간 기업에서 일할 기회

핀란드는 1970년대 교육개혁을 하면서 진로교육을 시작했다. 산업분야가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안내해야 했다. 핀란드 교육연구소 라이모 위리넨 매니저는 “과거에는 이왕이면 대학에 가야 한다는 분위기였지만 점점 바뀌었다. 지금은 종합학교 졸업생 중 절반 정도가 직업학교에 간다”며 “자신의 특기와 적성에 따라 학교에 진학하도록 돕는 진로상담교사의 역할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학생은 종합학교 7학년 때 진로상담교사를 처음 접한다. 진로상담교사는 7∼9학년까지 진로과목을 105시간 운영한다. 대부분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지도하는 시간이다.

일반고와 직업학교로 진학할 학생을 분류해 그룹별로 상담도 한다. 바야코스켄 종합학교의 한나 아호커스 진로상담교사(여)는 “한 달에 한 번씩 학생들과 인근 일반고나 직업학교를 방문한다”고 말했다.

8, 9학년 때는 2주씩 기업에서 일할 기회가 있다. ‘직업생활 소개기간’이라는 교육과정에서 학생이 적성에 맞는 회사를 찾아 지원하도록 도와준다. 회사에 연락해 지원서류를 내는 일은 학생 스스로 해야 한다. 졸업 후 진짜 일자리를 구할 때 필요한 일을 미리 연습하자는 취지다.

핀란드교육연구소는 ‘직업생활 소개기간 광장’이라는 홈페이지(peda.net)를 운영한다. 지역별 시기별로 지원 가능한 회사,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일, 지원 요건을 정리해 놓았다. 이런 정보는 지역의 회사들이 직접 올린다.

2주가 끝난 뒤 진로상담교사는 학생이 경험을 발표하게 한다. 각자 찾은 일자리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 여나 게토넨 연구원(여)은 “직업생활 소개기간의 목표는 학교생활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데 있다. 자동차를 판매하며 독일어를 열심히 배워야겠다고 느낄 수도 있고, 맥도널드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면서 심리학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직업시장 변화에 맞춘 교육

진로상담교사는 학생의 의견을 가장 존중한다. 학생이 인생을 스스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1년에 두 번 정도 부모와 저녁에 상담하긴 하지만 학생의 진로를 일일이 상의하지는 않는다. 수라키 진로상담교사는 “부모에게 직접 연락하는 일은 없다. 학생의 인생인 만큼 결정은 무조건 학생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핀란드에는 학교마다 진로상담교사가 적어도 1명씩 있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게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진로상담교사는 핀란드에서 진로교육이 잘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사진은 이위베스퀼레 직업학교의 세이야 알라루오나 진로상담교사. 이위베스퀼레=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핀란드에는 학교마다 진로상담교사가 적어도 1명씩 있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게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진로상담교사는 핀란드에서 진로교육이 잘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사진은 이위베스퀼레 직업학교의 세이야 알라루오나 진로상담교사. 이위베스퀼레=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진로상담교사가 되려면 석사과정 이수가 필수적이다. 대학이나 폴리테크닉에서 1년∼1년 6개월 동안 60학점을 들어야 한다. 진로상담이론 진로상담기법 등의 이론수업을 들은 뒤 4주 동안은 학교에서 인턴을 한다.

진로상담교사는 교사만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른 직업 출신도 진로상담교사 양성과정을 들을 수 있다. 교사는 교육 기간에 학교에 나가지 못하므로 월급을 포기해야 한다. 월급이 일반 교사보다 높은 건 아니다.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요하니 피르티니에미 매니저는 “핀란드에서는 교사가 존중받는 만큼 사명감이 높다. 학생이 진로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진로상담 업무만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교사가 많다”고 말했다.

진로상담교사가 된 뒤에도 교육은 이어진다. 직업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점을 반영했다. 피르티니에미 매니저는 “근무시간의 절반 정도만 학교에서 보낸다. 나머지 시간에는 일반고나 직업학교, 산업체를 방문하거나 대학의 연수과정을 들을 수도 있다. 노동시장 변화를 업데이트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위베스퀼레=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핀란드#전문직#진로상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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