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ry, 나 이름만 외국인학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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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곳중 12곳 한국인 더 많아

서울 종로구 하비에르국제학교의 정원은 240명이다. 지난 학기 재학생은 정원에서 34명이 모자란 206명. 그마저도 145명이 한국인이다. 한국인 학생이 정원의 60.4%, 재학생의 70.4%나 된다. 외국인학교의 내국인 비율이 30%를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정을 어겼다. 무늬만 외국인학교인 셈이다.

국내 외국인학교 49곳 가운데 12곳은 이렇게 외국인 학생보다 한국인 학생이 더 많았다. 9곳은 내국인 비율을 정원의 30% 이내로 제한한 ‘외국인학교 및 외국인유치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 양쪽 모두에 해당하는 학교는 5곳이었다. 이런 사실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태원 의원(새누리당)이 21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서 확인됐다.

한국인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는 인천 서구의 청라달튼외국인학교. 지난 학기 재학생 106명 가운데 17명만이 외국 국적이었다. 서울 강남구 서울아카데미국제학교도 재학생의 70%가량이 한국인이다.

외국인학교는 초중등교육법상 ‘각종 학교’로 분류된다. 정규 학교는 아니지만 비슷한 교육을 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외국인 교사가 출신국의 교육 과정을 운영하므로 졸업해도 국내 학력을 인정받지는 못한다. 국내 대학에 진학하려면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현재 외국인학교는 51곳. 실제 운영되는 곳은 49곳이다. 원래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3년 이상 해외에 체류했던 주재원 자녀를 위해 만들었다. 실제로는 이들 학교의 재학생 1만3093명 중 4058명이 한국인이다. 3명 중 1명꼴이다. 외국인학교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예를 들어 서울 용산구 푸른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 외국인학교는 재학생 5명이 모두 한국인이다. 경기 의정부시 인디안헤드외국인학교는 재학생 38명 중 한국인이 31명(81.6%)이다. 광주외국인학교 역시 84명 가운데 67명(79.7%)이나 된다. 경기수원외국인학교, 대전외국인학교도 한국인 학생이 절반을 넘었다.

정원의 30% 이내로 제한한 규정을 어겨 한국인을 받은 학교는 하비에르국제학교를 포함해 경기수원외국인학교(정원의 51.6%), 한국켄트외국인학교(43.7%), 지구촌기독외국인학교(39.0%), 서울아카데미국제학교(37.5%)였다.

외국인학교에 이처럼 한국인이 몰리는 것은 자녀를 유학 보내지 않고도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외국 대학에 입학하는 데도 유리해 여권을 위조하거나 국적을 세탁하는 식으로 입학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김 의원은 “연간 학비가 대학 등록금을 뛰어넘는 외국인학교가 일부 부유층 자녀의 특권교육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서민들에게 큰 박탈감을 준다”고 지적했다. 외국인학교의 연간 학비는 평균 1618만 원이다. 경기수원외국인학교의 경우 기숙사비와 스쿨버스 요금을 포함해 연간 학비가 3800여만 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시도교육청과 함께 구체적인 학생 구성 실태를 살펴보고 규정을 어겼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외국인학교의 난립을 막고 적정한 규모를 유지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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