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빗물로 찾은 행복, 세계에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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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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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섬’ 전남 신안군 기도, 빗물처리 시설로 물부족 해결
20일 세계물회의서 사례 공개

본보 6월 30일자 B1면.
본보 6월 30일자 B1면.
“이젠 커피까지 마실 수 있게 되니 정말 사는 것 같소!”

전남 신안군 신의면 기도(箕島) 주민 박옥남 씨(56)는 서울대 빗물연구센터팀이 과학기부로 설치한 빗물이용시설로 커피도 끓여 마실 수 있게 됐다고 자랑했다. 18일 태풍 산바가 섬을 지나가면서 태풍 피해를 입긴 했지만 주민들은 식수나 생활용수로 쓸 빗물을 가득 모았다.

기도는 목포항에서 61km 떨어진 외딴 섬으로 뱃길로 3시간 정도 걸린다. 섬 모양이 곡식을 까부르는 키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에 ‘키 기(箕)’자가 붙었다. 기도 주민들은 물이 부족해 오랫동안 고생해왔다. 그동안 육지에서 1.5L들이 생수를 사다가 끼니를 해결했다. 수차례 우물을 팠지만 지하수에서 짠맛이 나 생활용수로도 쓰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저수지를 만들 여건도 아니었다. 올봄에는 100년 만에 최악이라는 가뭄에 밭농사는 물론이고 빨래나 설거지, 목욕할 물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이 섬에 6월경 서울대 한무영 교수(56·건설환경공학)가 이끄는 빗물연구센터팀이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하면서 식수 문제가 해결됐다.

신안군은 박우량 군수가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2012 세계물회의에 참석해 기도 빗물이용 시범사업을 모범사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년마다 개최되는 세계물회의는 물 관련 전문가, 기업, 학회 및 국제기구 관계자 5000여 명이 참석한다.

박 군수는 회의에서 신안군이 5월 1일 서울대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빗물연구센터와 협력해 식수난이 극심했던 기도에 빗물을 이용한 자연친화적 급수시설을 설치하고 물 부족을 해결한 과정을 소개할 계획이다.

신안 지역은 현재 상수도 보급률이 83%다. 하지만 기도처럼 저수지 신설이나 지하수 확보가 힘든 작은 섬이 9곳 남아 있다. 이 섬들은 10가구 미만이며 주민도 10명 이하인 경우가 많다. 신안군은 내년까지 물 부족을 겪는 섬 4곳에서 사업을 펼칠 방침이다. 2015년까지 식수 부족 상황이 비슷한 흑산면 중태도 등 나머지 섬 5곳에도 각종 용수 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빗물연구센터팀#빗물이용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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