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제주]이야기로 만나는 전남 역사속 명의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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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전통의학 명의 발굴…의료관광 산업에 활용

조선 중기 의관(醫官)인 김덕방은 임진왜란 당시 전남 고흥에서 의병장으로 활동하다 일본으로 끌려갔다. 침술이 뛰어났던 그는 일본의 명의(名醫)로 추앙받는 나가타 도쿠혼(永田德本)에게 의술을 전수했다.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것으로 알려졌던 김덕방이 일본에서 침술 명인으로 활동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나가타의 제자 기무라 겐테(木邨元貞)가 1778년에 펴낸 ‘침구극비전(鍼灸極비傳)’을 통해서였다. 이 책은 나가타가 조선에서 온 김덕방으로부터 신비한 침술을 배웠다고 기록했다.

전남 해남군 문내면에는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에 ‘조약방’으로 명성을 떨친 조택승 조병후 부자(父子) 명의가 있었다. 이 부자는 국내 전통의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는 ‘상한경험방요촬(傷寒經驗方要撮)’을 남겼다. 이 책은 19세기 전남 지역에서 자생한 독특한 상한의학(傷寒醫學)을 실은 것으로, 경기권의 방약합편, 함경권의 사상의학, 경상권의 부양의학 등과 비견되는 명저다. 전남지역 대표 명의들의 문집, 한의서, 묘소 등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전남도가 역사 속 지역 명의들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엮어 의료관광 산업에 활용하기로 했다. 전남도는 최근 전통의학 명의 발굴 사업 용역 최종보고회를 갖고 한국한의학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해 최근 발굴한 지역 명의를 소개했다.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1762∼1836)을 비롯해 김덕방, 우잠 장태경(1809∼1887), 조택승 조병후 부자 등이 주인공들이다.

장태경은 광주와 순천, 고흥, 보성, 화순 등 전남 동부지역에서 활동한 명의다. ‘우잠잡저’와 ‘우잠만고’ 등을 저술했다. 우잠잡저는 진단부터 치료까지의 과정을 매우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으며 ‘동의보감’이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됐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장태경은 학문에도 능해 시 창작으로 문단을 흔들 정도였다. 42세까지만 의료와 관련된 행적이 확인되고 46세 이후에는 학자와 문인으로 활동했다. 강진에서 18년간 유배 생활을 한 정약용도 ‘마과회통’과 ‘의령’ 등 의서를 남겼다. 이해구 전남도 보건한방과장은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발굴한 명의들을 호남 지역을 대표하는 명의로 부각시키고 전통의학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의료관광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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