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골병, 남편 흡연 탓?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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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당서울대병원 이기헌 교수팀, 골다공증 영향 첫 확인

남편의 흡연이 부인의 뼈마디를 약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팀은 2008년과 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담배를 피운 경험이 없고 골다공증(뼈엉성증) 약을 먹지 않는 55세 이상 여성 925명의 골밀도를 검사했다.

이 교수팀은 이들을 남편이 흡연하는 그룹(143명)과 그렇지 않은 그룹(782명)으로 나눴다. 흡연자 남편이 있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고관절(엉덩관절)에서 골다공증이 나타날 확률이 3.68배 더 높았다. 특히 하루 1갑 이상 담배를 피우는 남편을 둔 경우 이 확률은 4.35배까지 높아졌다. 척추에서의 골다공증 위험도 5.4배 높았다.

직접흡연이 아닌 간접흡연이 골다공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처음 확인된 셈이다. 특히 폐경 이후의 여성은 함께 사는 가족 중에 흡연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졌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골다공증 인터내셔널’ 최신호에 발표됐다.

의학계에서는 이번 연구결과가 간접흡연과 뼈 건강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 이 교수는 “간접흡연이 질병의 위험을 높이는 게 증명됐다. 애꿎은 피해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부 흡연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성인남성의 흡연율은 1990년대에 약 80%였지만 2011년에는 39%로 절반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간접흡연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비율을 보면 남성은 2005년 38.7%에서 2009년 44.9%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은 35.4%에서 34.2%로 약간 줄었다.

간접흡연은 보통 2단계로 발생한다. 흡연자의 손에 있는 담배가 탈 때 나오는 연기를 흡입하는 게 1단계다. 이어 흡연자가 다시 내뿜는 연기를 마시는 게 2단계다. 이 가운데 1단계가 몸에 더 안 좋다.

전문가들은 “흡연자 몸 안에서 걸러진 연기는 독성물질이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1단계의 연기에는 담배 속의 독성물질, 발암물질, 니코틴이 모두 들어있다”고 말한다. 공기 중에 섞여 있는 담배연기의 75∼85%는 1단계에서 나온다.

간접흡연은 아이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국립암센터 이도훈 성문우 박사와 일산백병원 문진수 박사 공동 연구팀이 2005∼2007년 63가구를 대상으로 태아 모발 니코틴을 조사한 결과 아버지가 집안에서 흡연할 경우 아기의 모발 니코틴 농도는 그렇지 않은 가정에 비해 3, 4배 높았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흡연#골다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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